석양이
내리기 시작하자
도시는
거대한 점과 선이 됐다
낮 동안의
날카롭게 빛나던 빌딩의 위용과 권위
어둠이 스며드는 석양에 묻혔다
그 속에서의
수많은 언어와 몸사위
정적에 휩싸였다
그저 침묵뿐이다
검은 점과 선들은 평온하다
이것은 분명 평화이리라
억울함과 비굴해야 하는 삶
모두 잊혀졌으리라
나는 소망한다
삶이 끝없는 분노라도
석양에 아름답게 물들고
어둠의 침묵이 새로운 시작이었으면
내재된 분노가 아닌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그러한 밤이
눈물겹도록 그립지 않은 밤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