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호미문학대전 수필 흑구문학상
△1992년 월간《한국시》신인상
△1994년 월간《수필문학》천료
△201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소금」당선
△2011년 제1회 부산문인협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
△수필집:『적심』(2015년),『세상은 막걸리다』(2020년)
황혼에 이르러 돌아보니 삶이 온통 구멍이었습니다. 구멍 속에 살면서도 구멍인 줄 몰랐던 내가 또 하나의 ‘구멍’입니다. 큰 구멍, 작은 구멍, 아름다운 구멍, 추한 구멍, 따뜻한 구멍, 찬 구멍, 갖고 싶은 구멍, 버리고 싶은 구멍... 수많은 구멍 중에 가장 아팠던 구멍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상처의 구멍입니다.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자리는 쉽사리 아물지도 못합니다. 해가 갈수록 넓고 깊어져 메울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구멍이 제일 정이 갑니다. 사랑의 오브제가 아니라, 주재료였기 때문입니다. 증오와 분노가 끓어오르는 그 순간, 정제되지 않은 사랑이 잠시 길을 잃고 솟구쳐 올랐던 분화구였다고 생각하니 더욱 애틋해집니다. 막무가내 흘러내린 사랑의 용암이 집착의 공기를 끌어당겨 품은 현무암 같은 구멍구멍들. 그러고 보니 내 육신이 한 송이 구멍꽃 같습니다. 삶의 바람이 그 구멍에 둥지를 틀 때면 바람꽃이 되기도 합니다. 구멍꽃이든 바람꽃이든 살아 있기에 불려지는 이름이기에 귀하고 소중한 꽃임에 틀림없습니다. 구멍으로 돌아갈 나이가 되어서야 ‘구멍은 비어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진리에 무릎을 칩니다. 아름다운 것은 맨 나중에 천천히 온다는 진리를 이제는 굳게 믿습니다.
제일 먼저 한흑구 선생님께 이 큰상을 바칩니다. 구멍투성이인 제 글을 선해 주신 심사위원님, 글마당을 펼쳐주신 경북일보사장님과 관계자님들께도 큰절 올립니다. 주신 큰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