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호미문학대전 수필 금상-허숙영

허숙영
2002년한국수필 신인상,
제1회 경남 젊은 작가상,
경남문학 우수 작품집상, 순리 문학상, 2020 아르코 문학 창작기금 선정.
수필집 :‘단디 해라이~’,‘비린구멍’,‘경남문학’,‘선수필 편집위원’

수상소식은 어설픈 초보 농사꾼에게 어깨 토닥여주는 손길이었습니다.

만약 여름 한가운데 서서 밭고랑을 보았다면 더 치열하게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길처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을 사이도, 달려드는 모기를 쫓을 여가도 없이 고추 따기에 여념 없던 농부의 밭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뽑고 돌아서면 숲을 이루는 잡풀들, 다 익은 고추들이 이유 없이 물크러져 무덕무덕 떨어지며 악취를 풍기던 날들도 있었지요. 그런 날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농사꾼의 어둔 맘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가벼운 언어 몇 구절로 드러내기에는 너무 무거운 삶의 터전에 한 발을 걸치고는 되묻습니다.

‘정말 해 낼 수 있을까.’

수필을 쓰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닌 것 같아 자주 고민하며 멈칫거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수필을 놓을 수 없었던 까닭은 허공에 뜬 덩굴손 같은 내가 잡고 일어설 지지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막막해도 수필을 잡고 하소연을 하다보면 하심(下心)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인격에서 향기가 나야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다는 저의 스승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인격부터 다듬어야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손 내밀어 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땡볕에 축축 늘어지는 작물과 치매 어머니 사이를 바장이며 마음 졸이는 남편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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