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가에 어린
빗방울 사이로
어렴풋이
영일만 바다가 보인다
마치
안개에 싸인 것처럼
푸른 바다가
회색빛 비안개에
갇혔다
영일만에는
육사가 목놓아 부른
광야의 초인도
돛단배를 탄 청포도
손님도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두 바퀴에
부딪혀 부챗살처럼 흩어지던
햇살도
영알만을 바라보며
단독자가 됐다던
소설가 김훈의 바다도
보이지 않는다
물안개뿐이다
불투명 유리처럼
비 내린 차창 가 너머
바다는 물안개에 휩싸이고
나는 그저 바라만 볼 뿐
흘러간 기억을 초대한다
영일만 바다는 푸르고 고요했다고
물안개 핀 바다는
푸르렀던 기억을 거부한다
세상이 안개처럼 덮이고
번뇌도 감동이 됐다
그 바다
회색빛 안개
세상은 모두 회색 정적애 묻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