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만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곽성일 기자

삶은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치
형광등 불빛이
빠른 속도로 반짝여
움직임이 없어
보이는 것과 같다

삶도 그러하다

순간적 생과 멸이 점멸하는 것
끊임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육진, 빛(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법(法)이
육근, 눈(眼)ㆍ귀(耳)ㆍ코(鼻)ㆍ입(舌)ㆍ몸(身)ㆍ뜻(意)을 만나
인식하는 생각이 생겨난다

생각은 생겨나자마자
과거가 되어 기억이 된다

사라진 것은 허망한 것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모두가 사라진 지금은
적멸이다

과거도 미래도 없는 공간
태초의 고요, 적멸뿐이다

적멸위락(寂滅爲樂)
적멸은 락이다

번뇌가 사라진 고요만이
지금 찰나에 가득하다

텅 비어 있는 듯하지만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충만이다

적멸은
지루함도 두려움도 아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움이다

무장무애(無障無碍)
걸림이 없다

무소유는 세상에 가질 게 있어서
갖지 않는 게 아니다
세상은
실체가 없는 환상으로 존재해
가질 수가 없다

바라보는 대상인 육진은
허공으로 이뤄져 있다

본래의 나는 허공으로 이뤄진
우주이다

육진인 몸이 내가 아니고
그 육진을 바라보는
정신이 본래 나이다

그렇다
삶과 죽음은
오직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삶과 죽음은 실재하지 않는다
이제 불안한 삶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찰나의 순간이 계속되듯
죽음도 찰나가 계속되는
윤회의 과정이다

정신은 생멸하지 않는다
태초이래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다

내가 우주다
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내가 사라지면 세상도 사라지고
세상은 내가 바라볼 때만 존재한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내가 창조한 것이다

적멸만이 유일한 락(樂)이다.

 

삶은 찰나에 사라지는 환상의 어울림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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