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아버지는 서툰 목수였다
왼쪽 엄지손톱이 꺼멓게 죽어 있는 날이 많았다
한 번은 망치가 크게 빗나가
집안까지 온통 붉은 멍이 번졌다
멍이 풀릴 즈음 방은 한 칸 줄어 있었다
친구의 다락방에서 놀다 온 날엔
찌그러진 세숫대야에서 피워 올린 파꽃처럼
우산살을 감아 오르는 나팔꽃처럼
낮은 지붕을 지나 더 높은 곳에 닿고 싶었다
거기엔 엇박아 놓은 별이 있었고
톱으로 켜놓은 내일이 있었다
별과 나 사이
아버지는 사다리를 놓아주었다
사다리는 오를수록 좁아지고 삐걱거렸다
후들거리며 올라설 때마다
흔들리는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 부서질 것 같아요 무서워요
버티는 칸 칸마다 새 나오는 얕은 신음을
휘파람인 양,
휘파람인 양,
등 떠미는 목소리
괜찮다 얘야, 별이 멀지 않구나
그날 아버지는 내 꿈에 정성껏 기름을 먹인 후,
잠에서 깨지 않았다
지금도 밤이면 비껴 맞은 망치에서
튄 불티들로 군데군데 구멍 난 하늘이 보이고
그 사이로 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빛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