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온달 환한 겨울밤 문득
깊은 오지독에서 갓 꺼낸
저릿한 동치미가 먹고 싶다
갈증이 나는 것도 아닌데
제 가진 것 속속 내어주고는
겨울 하나 껴입은 통무를
한껏 베어 물고 와삭 씹는 그 맛,
목구멍 타고 뱃속까지 기탄없이
메다 꽂히는 동치미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고 싶다
바람도 동면에 든 유정한 시간에
간간한 동치미가 간절한 건 왜일까
맵찬 섣달의 달력을 들여다보며
멀거니 유년을 유영하다가
시골집 고묵은 먹감나무 아래
장독대로 난 숫눈길을 더듬는 순간
오래 지나도 감도는 명문名文처럼
선연히 살아나는 발자국,
아, 어머니구나!
아득한 겨울 난산의 밤
날 낳으신 신열의 어머니는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가
그렇게도 그리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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