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호미문학대전 조선족문학상 ‘못’
◇조선족문학상 ‘못’
허물기 직전인
텅 빈 창고에서 당신은
고물상도 외면한
망치와 녹슨 못 한 줌을 들고 나오신다
당신의 허리처럼 휜 것이랑
ㄱ자로 꺾인 것들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엄마의 푸념 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당신은 반듯한 돌멩이를 찾으시더니
부실한 못을 망치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의식을 치르듯이 경건히 두드린다
흐릿한 두 눈을 한껏 조프리고
요리 살살 조리 쾅꽝
한눈 감고 지긋이 수평도 잡아본다
문드러진 창날까지 조심스레 세워주고
바라보는 눈 귀에 물기가 반짝인다
빛나는 새 못일 때를 생각하셨을까
당신은 못 중에도
제일 크고 단단한 왕못이었다
팔간집 반듯하게 잡고 지키느라
한눈 팔 사이
한숨 돌릴 사이 없이
발톱을 무섭게 박았으리
그리고 온몸으로 막아낸
태풍은 몇 급
폭설은 몇 자
폭우는 몇 미리메터
저 녹 부스러기들은 다 기억하고 있을까
왕못의 꺾인 등허리에 석양이 걸려있다.
◇ 수상소감
어쭙잖게 시를 쓴다고 하지만,저는 아직도 시인이라는 호칭이 많이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저의 시의 첫 독자는 항상 저의 가족입니다.
못을 쓰고 처음 부모님 앞에서 읽어드렸을 때 저의 팔순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동안 제가 울면서 쓴 시는 있었지만 저의 모든 작품의 열혈팬인 아버지를 울린 시는 못이 처음이었습니다.
빛나는 새 못일 때를 생각한 걸 가 팔 칸 집 한 채 반듯하게 지켜오는 동안 한 눈 팔새도 없이 발톱을 무섭게 박았으리라.
열심히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드리면서 부모님과 가족들의 삼복의 더위를 한방에 날려보낼 기쁜 상을 내려주신 경상북도와 포항시, 경북일보, 영일 호미수회와 국립등대 박물관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맘껏 글을 쓸 무대를 마련해 준 재한동포 문인 협회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흔들리는 저의 손을 잡아주신 평심 위원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여름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조금 빠르고 늦을 뿐 당신의 여름도 곧 올 거라 믿습니다.
오늘의 이 순간을 계기로 황금의 가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다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