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갈매기를 생각하면 바다가 떠오른다. 바다와 갈매기.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배들은 노래를 싣고,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 / 저녁 바다 갈매기는 행복을 싣고, 고기잡이배들은 고기를 싣고, 넓고 넓은 바다를 노 저어 와요.” 금빛과 행복 실은 갈매기.

인생은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여행. 금빛 실은 갈매기와 함께 희망에 찬 아침을 노 저어 간다. 떠남은 돌아오기 위한 둘레길. 갈매기와 더불어 행복을 싣고 안식과 평화가 깃든 곳으로 노 저어 온다. 출발과 돌아옴을 함께 하는 갈매기. 갈매기의 나래 위에 희망과 행복이 실려 있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를 너울너울 춤추는 갈매기는 자유와 평화의 메신저다.

갈매기의 생태는 실망스럽다. 잡식성 조류. 종종 어장이나 어물 건조장에 무리로 몰려들어 포획한 어류 찌꺼기를 찾는다. 훔쳐 가기도 한다. 작은 동물시체로부터 식물성 먹이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까마귀가 지상의 청소부라면 갈매기는 해안가와 바다 위의 청소부다. 먹잇감을 두고 다툼도 심하다. 관광객이 던져 주는 먹이를 따라 경쟁이 치열해진다. 여의도에 계신 분들과 너무도 닮았다. 외모의 수려함에 비해 천박해 보인다.

멋진 갈매기가 있다.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더욱 멋지고 값진 삶을 위해 평범한 삶을 거부한, 소설 속의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이 있다. 조나단은 오직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는 다르다. 비행 그 자체를 사랑한다. 조나단은 멋지게 날기를 꿈꾸는 갈매기다.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비상의 꿈을 꾼다. 조나단의 행동은 오랜 관습에 저항하는 것으로 여겨져 다른 갈매기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끝내는 추방당한다.

동료의 배척과 자신의 한계에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수련을 통해 완전한 비행술을 터득한 조나단은 마침내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날아올라 꿈을 실현한다. 그러나 조나단은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동료 갈매기들을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는 길로 이끈다. 자기실현 다음에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한다. 참다운 지도자가 된다.

자유의 참 의미를 깨닫기 위해 비상을 꿈꾼 한 마리 갈매기 조나단. 인간 삶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이 ‘갈매기의 꿈’이다. 다른 갈매기들의 따돌림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갈매기의 인상적인 모습에서 자기완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삶의 진리를 일깨우며, 우리 인간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멀리 앞날을 내다보며 저마다 마음속에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될 자유가 있다. 자기 신뢰!, 자기 확신! 자기 주도적인 삶. 내 삶의 주인 된 삶을 살아야 한다. 거센 파도와 바람에 배가 흔들릴 수 있지만, 돛을 이용하여, 가는 방향과 빠르기를 조절할 수 있다. 삶도 그러하다. 남의 기준, 남의 시선, 남의 칭찬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살아내야 한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삶을 살아내야 한다.

여의도(汝矣島)도 섬이라서 괭이 울음에, 쌈박질 잘하는 갈매기가 있단다. 여보시오 여의도 갈매기!. 파리에 간 갈매기 본 좀 보소. 갈매기 나래 위에 금빛 기쁨이 실려 오잖아. 파리에서 땀 흘려 노력한 결실이 날아와 기쁨을 주잖아. 문득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동요가 떠오르잖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