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풍경 맛집' 영남 최초 성당
과거로 돌아간 듯 옛 정취 물씬

대구 근대골목투어 2코스의 중간 지점인 이상화·서상돈 고택을 지나 청라언덕으로 향하다 보면 눈앞에 이국적인 성당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리고 청라언덕에서는 이 계산성당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높은 회색 건물과 아파트 사이로 성당을 이루고 있는 붉은 벽돌과 두 개의 첨탑, 전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장미 문양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근대골목 속에서 고요하고 잔잔한 쉼을 느낄 수 있는 곳, 대구시 문화재 사적 제290호인 ‘계산성당’으로 떠나보자.

대구 중구 계산오거리에 있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

영남 지방에서 최초로 건립된 성당인 계산성당은 근대골목의 3·1만세운동길 90계단을 사이로 대구제일교회와 마주 보고 있다. 그 정식 명칭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계산 주교좌 대성당이며 서울의 명동성당, 전주의 전동성당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성당으로 불리고 있다.
 

대구 중구 계산오거리에 있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

계산성당이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은 건 1897년 십자형 목조 건축에서부터였다. 이후 안타깝게도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1902년에 본당 주임인 로베르 신부가 건립에 참여해 지금의 계산성당 모습을 갖췄다.

이국적인 건축은 서양의 고딕양식 건축의 특징 3가지를 갖추고 있는데, 첫 번째 특징은 계산성당을 먼저 마주하자마자 보이는 2개의 높이 솟은 첨탑이다. 대칭형으로 놓인 첨탑을 배경으로 하는 성당 앞은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진 명소다.

두 번째 특징은 오색의 빛을 발현하는 스테인드글라스. 프랑스에서 직접 들여왔다는 이 스테인드글라스는 장미창을 중심으로 성당 벽면을 둘러싸고 있다. 특이하게도 계산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조선인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들은 조선시대 당시 천주교 박해 때 순교한 성인들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천주교 박해로 죽은 한복 입은 성인의 모습.
1907년 청라언덕에서 바라본 계산성당.

마지막 세 번째 특징은 투어를 오신 분들께 해설하기 전에 직접 찾아보기를 권한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관광객들은 각자 저마다 인상 깊게 보았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내부의 기둥, 오르간, 길게 뻗은 복도 등 눈에 익었던 것들이 모두 다르다. 함께 투어를 하며 정답을 맞혔던 경우는 없었는데 최근 한 관광객이 그 정답을 맞혔다. 바로 높고 둥근 아치형 천장이다. 밖에서 성당을 바라보았을 때보다 내부에서 봤을 때 그 천장의 높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계산성당 결혼식 모습.
이인성이 그린 계산성당.

계산성당에서는 대구를 대표하는 근대 인물인 조선의 고갱 ‘이인성’ 화가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 ‘계산동성당(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은 1930년대 남산동 화실에서 완성되었다. 성당을 배경으로 감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지금도 계산성당에 100년이 넘도록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도심 속 아름다운 건축과 선조들의 이야기, 대구의 르네상스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곳 근대 골목에서 옛 정취를 따라 거닐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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