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맛집’, ‘레시피’. 음식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우리 생활에 식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맛집이라고 이름난 식당에는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는다. 가정 경제가 어렵다 해도 배고픔 해결이 아니라, 맛을 즐기는 시대가 무르익었다.
음식을 먹는 먹새, 먹음새에도 식생활의 품위가 나타난다.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먹음새에 ‘걸쌍스럽다’가 있다. 푸짐해서 보기에도 탐스러운 먹음새다. ‘짝짝’ 입맛을 다시며, 감칠맛 나게 먹는 것은 ‘짜금거린다’이다, 입맛을 ‘쩍쩍’ 다시며 먹는 것은 품위가 없어 보인다. ‘입맛을 다신다’는 말은 음식을 먹고 싶어 침을 삼키며 기다린다는 뜻이고, 자꾸 당기는 입맛은 감칠맛이다.
볼썽사납게 욕심스러운 먹음새가 있다. 식탐을 내어 염치없이 마구 먹는 행동을 ‘게걸들었다’하고, ‘게걸스럽다’ ‘게검스럽다’, ‘주접스럽다’라고 한다. 천박해 보이는 삶의 모양새다.
‘짓먹다’는 지나치게 많이 먹다, 즉 과식(過食)했다는 뜻이고, ‘삼성들리다’ 또는 ‘설체하다’는 음식을 욕심껏 먹다, ‘포식(飽食)하다’의 뜻이다. 음식을 너무 먹어서 목까지 꽉 차는 것은 ‘꺅차다’라고 한다. 밥통이 가득 차도록 먹는 것은 사람뿐이라 하니 낯뜨거운 삶의 모습이다.
‘거머먹다’도 이것저것 욕심스럽게 급히 걷어 먹는다는 뜻이다. ‘거머먹다’, ‘거머쥐다’의 ‘거머’는 흩어진 것들을 손이나 갈퀴 같은 것으로 긁어모으는 것을 말한다. ‘퍼먹다’는 수저가 아닌 도구로 욕심부려 한꺼번에 먹는 것을 말한다. 볼썽사나운 삶이다.
남몰래 혼자 흔적도 없이 먹어 버리는 것은 ‘가무리다’고, 그릇의 음식을 씻은 듯이 죄다 먹어 버리는 것은 ‘훌부시다’라 한다. 또 남의 재물이나 음식을 빼앗아 먹는 것은 ‘갈겨먹다’라고 한다. 아주 못된 삶의 모습이다.
물이나 술은 마구 마시는 것을 ‘들이붓다’ ‘들이마시다’ 같은 말들로 나타낸다. ‘켠다’는 술이나 물을 단숨에 들이마시거나 목이 말라 물을 자꾸 마신다는 뜻인데, 물을 흘리면서 벌컥벌컥 켜는 것은 ‘벌켠다’고 말한다. 조심해야 한다.
먹성이 까다로워 적게 먹거나 가리는 음식이 많은 사람은 입이 짧은 사람이고, 맛있는 음식만 먹으려고 하는 버릇으로 까다롭게 구는 사람은 입이 된 사람이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은 ‘데시긴다’고 하고, 음식을 삼키지 않고 씹기만 하는 것은 ‘내씹는다’고 한다. 복을 내치는 태도이다.
때를 가리지 않고 군음식을 먹는 일이나 입버릇을 주전부리라 한다. ‘초다짐’은 정식으로 밥을 먹기 전에 입가심으로 음식을 조금 먹는 일이나 음식을 말하고, 시장기를 겨우 면할 정도로 음식을 조금 먹는 것을 요기라 한다. 요기(療飢)는 배고픔(飢)을 치료(療)한다는 뜻이다. 밥때가 되기 전에 미리 먹거나 급해서 덜 익은 음식을 미리 먹는 것은 ‘질러먹는다’이고, 다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에운다(때운다)’이다.
사람들의 헛소리를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라 한다. 개도 ‘날궂이’할 때 토(吐)하려고 풀을 뜯어 먹는다. 날씨가 궂은 날에 하는, 쓸데없는 짓이나 괜한 일을 ‘날궂이’라 한다. 소화 시키지 못할 것은 먹지 마시라. 깨끗한 음식을 조금 부족한 듯 자시는 것이 건강과 품위에 좋다오.
식욕 해결의 식사보다 즐겁고 품위 있는 식사를 원한다. 무엇을 먹는지보다 얼마나 품위 있게 먹는가가 중요하다. 소박하지만 맛깔스럽게 요리하고, 즐겁게 음미하는 것이 식생활의 멋이다. 세상살이도 이와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