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

“세상은 덧없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하고 정진하라” 부처님 돌아가시며 남긴 마지막 말씀. 수행 정진하라 하셨다. 힘껏 살고 열심히 살도록 당부하신 말이다, 세상이 덧없으니 수행 정진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 같다. “덧없는 세상이니 아등바등 살지 말고 대충대충 살아라” 가 아니고 힘껏 살라고 당부하셨다.

세상은 덧없다. ‘덧없다’가 불법(佛法)의 핵심 사상이다. 불법에서 말하는 제법무상(諸法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순우리말로 옮기면 ‘세상은 덧없다’이다. 인생은 덧없다, 세월은 덧없다, 사는 게 덧없다, 등으로 말한다. ‘덧없다’를 국어사전은 ‘보람이나 가치가 없이 헛되고 부질없다.’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부처님이, 왜 세상살이가 보람이나 가치가 없이 헛되고 부질없는 데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하고 정진하라” 했을까? 방편(方便)의 말씀인가? ‘방편(方便)’은 산스크리트어 ‘우빠야(upaya)’의 한자 말이다,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이나 수단을 말한다. 중생을 진실한 길(깨우침)로 이끌기 위해, 덧없는 세상을 덧없지 않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수행과 정진을 강조한 것이리라.

부처님 말씀처럼 수행하고, 정진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살아야 조금이라도 덧없는 세상을 덜 덧없게 사는 길일까? 연세 드신 어느 수녀님의 기도 말씀을 듣고 덧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편을 생각해 보았다.

말 많은 늙은이는 되지 말아야지.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많이 모자라는 버릇은 버려야 하리라.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어설픈 열망에서 벗어나야지. 생각은 깊으면서 시무룩한 사람은 되지 말고, 남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은 하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요점으로 들어가는 말하기를 배우리라.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 있지만 듣고 싶다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팔다리, 머리, 허리의 아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아픔 얘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기꺼이는 아니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사람은 되어야 하리.

가물거리는 기억력은 어쩔 수 없는 일. 그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억력과 부딪칠 때, 내 기억력을 고집하는 버릇이 있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세월이 흐를수록 틀림의 회수가 잦다는 사실을 알아 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리라.

적당히 착하게 살고 싶다. 성인(聖人) 주변에는 별고 가고 싶지 않다. 성인 옆에서 주눅이 들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만큼만 착하게 살련다.

이빨을 몇 개 뽑았다. 임플란트에 시일이 걸린다. 식사 시간이 힘들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 수저 놓을 때 같이 수저 놓으란다. 좀 서운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만족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단다.

눈이 어둠침침. 루테인, 지아잔틴도 효과가 없다. 보이는 것만 보면 될 일. 남의 선(善)한 것, 남의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눈(眼), 그 선한 것과 좋은 재능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만 있으면 되리라.

제법실상, ‘있는 그대로’ 여여(如如)다. 덧없다. 뭔가 변한 것 같지만 그대로다. “세상은 덧없으니 꾸준히 정진하라”는 부처님 말씀. “세상은 덧없으니 아등바등 살지 말고, 조금 모자라게 살자”는 나의 삶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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