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먹방’, ‘맛집’, ‘레시피’. 요즘, 음식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식문화가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맛집을 찾아가는 거리의 멀고 가까움은 따지지 않는다. 맛을 즐기는 문화가 무르익어 맛있게 먹고, 멋있게 살고자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예로부터 식문화는 생활예술이었다.

식문화(食文化)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조리 과정이 아름답고, 상차림이 우아하며, 만들어진 음식의 모양이나 빛깔이 예술적이어야 한다. 음식의 배치와 색상이 매우 중요하고, 다양한 색깔과 질감의 식재료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특별한 문양으로 장식된 상(床)을 사용하기도 한다. 임금의 수라상, 결혼, 회갑의 잔치상 등 식문화(食文化)가 생활예술로 자리한 역사는 오래다.

식문화가 완전한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먹는 사람의 품위가 한몫한다. 음식을 먹는 먹음새에도 식생활의 품위가 나타난다. 음식을 먹을 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후에 먹는다든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고,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등 식사 예절을 지켜야 품위가 돋보인다.

볼썽사납게 욕심스러운 먹음새가 있다. 식탐을 내어 염치없이 마구 먹는 행위에 ‘게걸들었다, 게걸스럽다 주접스럽다.’가 있다. 천박해 보이는 먹음새다. 이것저것 욕심스럽게 급히 걷어 먹는 것은 ‘거머먹다’이다. ‘거머’는 흩어진 것을 손이나 갈퀴 같은 것으로 긁어모으는 것을 말한다. 수저가 아닌 도구로 욕심부려 한꺼번에 퍼먹는 과식도 볼썽사나운 먹음새고, 혼자 다 먹는 독식도 낯 뜨거운 먹음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명석하고 민첩한 이성(理性)과 더불어 넓은 도량(度量)과 유연한 정서를 겸비해야 한다. 정치는 자신의 시각이나 가치관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대화로 설득하고 설득되면서, 절충 타협하여 꽃을 피우는 창의적인 예술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효과적인 가능성을 향하여 유연하면서도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종합예술이다.

이런 의미에서 식문화와 정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다. 게걸스럽게 식탐을 내듯 권력에 탐욕을 내지 마라. 정치를 예술로 승화시켜라.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꽃이란 말은 아름답다는 말이고, 예술이란 말이다. 정치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종합예술이다. 많이 먹는 것보다 품위 있게 먹어야 하듯이 권력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은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 힘이지, 혼자 또는 붕당정치를 하기 위한 힘이 아니다.

정치판에 나도는 폭언과 삿대질은 정말로 천박해 보인다. 상말과 막말을 누가 많이 하느냐가 공적조서에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가만히 있거나 온건한 말을 하면 존재감을 상실하는 모양이다. 보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깡패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험한 말을 조좌룡 헌 칼 쓰듯 내뱉는다. 술자리에서 무용담이 된다고 한다. 공천을 위한 점수 쌓기인지 몰라도 참 저급하다.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정치 전문가들이 과연 제대로 정치를 할 자격이 있는가? 정치 이야기를 하도록 판을 깔아둔 곳. 사회자가 있는 토론이나 국정 감사 자리가 별별 막말과 견강부회로 얼룩진다. 현시대 민주주의가 겪는 가장 큰 문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신조를 지켜 견강부회하지 말라고 주어진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정치판에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으며, 정치적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민심이 춤을 춘다. 그래서 정치는 민심의 변화에 대응하며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요, 창의적인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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