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울진 원전 및 연구로 개발 사업, 미국 협력 제한 가능성
원자력·첨단기술 연구 차질… 기업·연구기관 대응책 모색

미국 에너지부 청사.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한국을 원자력·인공지능(AI) 등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Sensitive Country List, SCL)’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북 지역의 원자력 관련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주와 울진을 중심으로 원전·연구로 개발이 활발한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의 협력이 제한될 경우 주요 기술 개발과 수출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북 원자력 산업, 미국 협력 제한으로 타격 가능성

현재 경북은 한국 원자력 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이 위치해 있으며, 울진에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북 지역은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발과 파이로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 연구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하면서, 원자력 기술 협력에 대한 직·간접적인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에너지부와 산하 연구기관들은 핵확산 저항성 최적화 기술을 포함해 원자로 설계·운영과 관련된 기술 협력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신규 연구 및 기술 이전이 위축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 연구로 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에 있으며, 미국과 협력하에 핵확산 저항성을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에너지부 및 국립핵안보청(NNSA)과 함께 수출형 연구로의 핵비확산 기술 강화를 위한 공동 성명을 체결했지만, 이번 리스트 지정으로 후속 절차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경북 지역에서 추진 중인 연구로 개발 및 원자력 기술 수출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북 연구기관·기업, 원자력·첨단기술 협력 차질 우려.

경북 지역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다수의 대학 및 연구기관이 미국 에너지부 및 산하 연구소와 협력하며 원자력·에너지 관련 첨단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등과 긴밀히 협력해 왔으며, 파이로프로세싱과 차세대 원자로 기술 연구도 진행해 왔다.

이번 미국의 조치로 인해 해당 연구 협력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연구자 교류 및 공동 프로젝트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연구시설 방문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승인 절차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연구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도 크다.

경북 지역의 원자력 관련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원자력 기업 관계자는 “미국과의 기술 협력은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번 조치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 추진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 대응 및 향후 전망.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외교부 및 관련 부처와 협력해 이번 조치가 양국 간 기술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국과의 협력을 제한하는 흐름이 강화될 경우, 경북 지역의 원자력 및 과학기술 연구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들이 미국 외의 대체 협력 파트너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향후 경북 지역의 원자력·첨단기술 연구가 기존의 미국 중심 협력에서 벗어나 EU, 캐나다, 일본 등과의 다각적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미국의 조치가 경북의 원자력 및 첨단기술 산업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어떻게 마련될지 주목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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