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노래가 있다. “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었나. 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이주현 작가가 한국전쟁으로 납북된 남편을 그리워하며 혼자 3남매를 훌륭히 키워온 사연이 담긴 노래 가사다. ‘그 여름 어인 광풍’이 남편을 앗아간 한국전쟁이었다. 그 여름 어인 광풍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슴에 한을 심었는가. 정말 광풍(狂風)이었다, 광풍 중의 광풍, 미친 바람이었다.

광풍이라 이름 붙여도 될는지 모르지만 바람 중에는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바람기둥이 있다. 마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모습이라 하여 ‘용오름’이라 부른다. 울릉도에 몇 년 살면서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용오름을 보고 놀라워한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주변 공기를 말아 올리는 회오리바람 기둥이다. 어선이 말려들면 크게 파선(破船) 된다. 겁 없이 신기한 눈으로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미국의 중남부에서는 대규모의 회오리바람 토네이도가 있다. 영어 토네이도는 명확한 어원은 잘 모르겠으나 스페인어의 번개와 폭풍을 의미하는 단어 Tronada(천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토네이도는 바다에서 생기는 태풍과 달리 육지에서 발생하는 폭풍, 큰 소용돌이 바람으로 파괴력이 엄청나다. 토네이도가 자주 관측되는 미국에서는 어지간한 주택은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가면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날아간다.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는 게 다행이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아주 강한 것은, 지도에서 작은 도시 하나를 지워버릴 정도의 타격을 입힌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광풍이다.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의 하나로, 강력한 폭풍을 지칭하며, 발생 지역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게 불리지만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는 동일하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강한 저기압으로, 따뜻한 해수면에서 발생한 습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형성된다. 이 상승 기류가 회전하며,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다. ‘허리케인’은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의 일종으로,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동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폭풍이다. ‘사이클론’은 인도양, 남태평양, 남서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을 지칭하는 용어다.

광풍에 자연 광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재 광풍이 있다. 지난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31명이 목숨을 잃었다. 4000여 채의 주택이 전소되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1300년 고찰 고운사가 전소되었다. 인적 물적 피해가 엄청나다. 그 외에도 길바닥이 내려앉고, 건물이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하고. 갖가지 인재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불감증. 우리 스스로 초래한 재앙 광풍이다.

어찌, 태풍이 불고, 산사태가 나고, 산불이 나고, 건물이 무너지는 것만이 광풍이겠는가. 국가 사회에도 광풍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4대 사화를 비롯하여 끊임없이 광풍이 일었고, 끝내는 을사늑약에 이어 국권을 빼앗기는 광풍을 맞았다. 6·25의 광풍, 4·19의 광풍을 거치고, 크고 작은 민주화의 바람을 맞으며 성장 일로의 길에 매진해 왔다. 성장과 번영의 길에 들어섰다. 자부심, 자존심도 회복되고 있었다.

가지 많은 나무와 바람.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감옥 가고, 고소당하고, 탄핵 되고. 바람이 그치지 않았는데, 또, 어인 광풍. 탄핵의 부싯돌이 서른 번을 넘게 불똥을 튕기고, 대통령이 계엄을 시도하고, 탄핵 되고, 파면되고,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광풍이 거세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면, 광풍 속에서 불춤을 추는 이들이여, 조용한 춤사위로 광풍을 잠재워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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