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선별 배분·이동주택 소유권 이양해야"
안동·영양·청송 피해 주민들, 현실적 지원 촉구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쓴 초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
피해 주민들이 “산불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을 정부에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안동시청 앞에서는 ‘안동시 산불피해 주민대책협의회’ 주관으로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안동뿐 아니라 청송·영양·영덕 등지의 산불 피해 주민 3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 재난지원의 대폭 확대 △피해 주민 100% 지급 보장 △무허가 주택·창고 등 사각지대 포함한 피해 재조사 △이동주택 소유권 이전 등 주거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피해 주민들은 특히 재난지원금 배분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협의회는 “경북도에 배정된 810억 원의 재난지원금이 일괄 지급 방식으로 분산돼 정작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턱없이 적은 금액을 받았다”며 “피해 정도에 따라 선별 지급됐다면 1인당 2천만 원 가량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주택의 소유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정부는 단기 임대 형식이 아니라 영구 거주가 가능하도록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최소한 장기 안정 거주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청송군 이재민은 “현재는 비도 제대로 피하기 힘든 열악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남수 영양군 산불대책위원장, 김진덕 영덕군 위원장, 신왕준 청송군 위원장 등도 참여해 직접 피해 상황을 설명하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피해 주민의 일상을 회복시킬 법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시는 이날 입장을 내고 “임시주거시설은 현재 무상 공급 중이며, 타 지역에서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소유권을 불하한 사례가 있다”며 “추후 충분히 논의해 불편함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양군에서도 이날 산불피해를 입은 주민 60여명이 영양군청 전정에서 모여 산불피해 보상 비대위를 출범하고 시가지를 돌며 현실적 피해 보상과 정부의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영양비대위는 향후 인근 청송과 영덕, 안동, 의성 등 5개 지역 비대위로 함께 경북도청과 중앙정부, 국회 등에서 공동으로 집회를 갖기로 했다.
앞서 청송 산불피해 보상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왕준)는 지난 22일 청송군청 주차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전 재산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피해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이번 산불은 초동 진화에 실패한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크다”며 “피해 이전 상태로의 원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청송 산불로 주택 787동이 불에 타고, 2만655㏊의 산림이 소실됐다.
주민들은 주택이 전소된 경우에도 면적에 따라 2000만 원에서 최대 3600만 원까지 차등 보상되는 현행 제도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한 주민은 “그 돈으로는 화장실도 짓기 어렵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장기 저리 대출지원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전 재산을 잃은 이들에게 또다시 빚을 내라는 것은 사실상 복구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정상적인 피해 조사와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기 전에는 절대 철거하지 않겠다”며 “모든 피해 주민에게 산불 발생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상하는 것만이 실질적인 회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왕준 위원장은 “우리는 아무 잘못 없이 삶 터를 잃었다”며 “국가는 책임을 지고, 우리의 피해를 온전히 복구해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