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70년, 표심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중 통일주체국민회의 등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7번의 간접선거를 제외하면 모두 14차례의 직접선거가 치러졌으며,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접선거제도가 부활하면서 선거의 양상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 1987년 직접선거가 시작된 13대 대선에서 영남출신의 노태우·김영삼 후보와 호남출신 김대중 후보가 맞붙으면서 지역색이 짙어지기 시작했고, 영·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지도자였던 김영삼·김대중 시대가 지나면서 지역색이 당색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번 21대 선거는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51.7%)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39.3%) 간 격차가 12.4%p벌어지면서 지역색이 무색해졌지만 13대 대선과 20대 대선에서는 지역색이 당락을 가르기도 했다.
지난 1948년 초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이번 21대 대선에 이르기까지 14번의 직접선거 결과를 통해 지역색이 대통령 선거에 미친 영향을 돌아본다.
△이승만·박정희, 인물론으로 가려지던 대통령 선거(1대~7대 대선)
역대 대통령선거를 살펴보면 첫 직접선거로 치러진 2대 대선 당시 자유당 이승만 후보와 무소속 이시영·조봉암 후보가 출마해 경합한 결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국 득표율 74.61%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당시 경북 지역 이승만 후보 지지율이 75.01%, 전남 지역 지지율이 73.57%로 영·호남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었고, 3대 대선에서는 이승만 후보의 전국 득표율이 69.8%에 달했으나 경북 지역 득표율은 55.64%에 그친 반면 무소속 조봉암 후보는 44.67%를 받았다.
당시 전남은 이승만 72.11%, 조봉암 27.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박정희·윤보선 후보가 나선 5대 대선으로도 이어져 박정희 후보가 전국 득표율 46.64%를 기록한 가운데 경북과 전남에서 각각 55.64%와 57.22%의 득표율을 보여 지역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6대 대선에서는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와 맞서 전국 득표율 51.44%를 받은 가운데 경북에서 64.01%, 전남에서 44.58%를 받아 조금씩 지역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어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71년 제 7대 대선에서는 박정희 후보가 전국 득표율 53.19%를 기록한 가운데 경북에서 75.62%, 전남에서 34.43%를 받은 반면 김대중 후보는 경북에서 23.32%, 전남에서 62.80%를 받아 지역색이 좀 더 짙어졌다.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색이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한 데는 대선 주요 후보의 출신지와도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3대 대선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나섰던 이시영·조봉암 후보가 각각 서울(한성)과 인천 출신이었고, 5·6대 대선 박정희 후보의 대항마였던 윤보선 후보는 충남 아산 출신이었다. 따라서 이들 후보 간의 맞대결에서는 사실상 지역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치러진 직접선거, 3김 시대 지역색으로 얼룩진 대선(13대~15대)
지난 1971년 7대 대선에서 경북 구미 출신의 박정희 후보와 전남 신안군 출신의 김대중 후보가 맞붙으면서 지역색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1972년 유신헌법 제정 이후 5번의 대통령 선거가 간접선거로 치러지면서 잠잠해 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직접선거가 부활한 지난 1987년 제 13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대구 출신의 노태우·경남 거제 출신의 김영삼·전남 신안 출신 김대중 후보가 맞붙으면서 지역색이 고개를 들었다.
13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구 출신인 노태우 후보가 전국 득표율에서 36.64%에 그쳤지만 경북에서 66.38%, 대구에서 70.69%의 압도적 득표율과 전남에서 8.16%를 받으면서 김영삼·김대중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영삼 후보는 전남에서 1.15%밖에 받지 못했지만 경남과 부산에서 각각 51.26%와 55.98%를 받으며 전국 득표율에서 28.03%로 2위를 차지했고, 김대중 후보는 전남에서 90.28%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부산(9.14%)·경남(4.50%) 득표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3위로 밀렸다.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4대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는 부산(73.34%)·경남(72.31%)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전국 득표율 41.96%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반면 김대중 후보는 전남에서 92.15%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부산(12.52%)·경남(9.23%)·경북(9.62%)·대구(7.82%)에서 크게 밀리며 고배를 들었다.
그리고 김대중·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제 15대 대선은 지역색이 최고조로 달하면서 선거로 인해 민심이 극단으로 치달은 가운데 경북·대구 지역에서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전남에서 94.61%라는 사상 유례없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국 득표율 40.27%를 기록, 38.74%에 그친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제 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특히 이 선거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김대중 후보는 경북·대구지역 득표율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다.
김대중 후보는 13대 대선 당시 경북 2.38%·대구 2.63%를 받는 데 그쳤으나 14대 대선 당시 경북 9.62%·대구 7.82%로 2배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15대 대선에서는 경북13.66%·대구12.53%로 득표율 두 자릿수 고지에 올라섰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전남에서 3.19%를 받는 데 그쳐 지역색 해소에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이회창 후보는 황해도 출신이어서 후보자의 출신 지역색이 아니라 보수를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진보를 대표하는 새정치민주연합간 당색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지역색에서 당색으로, 보수·진보 진영 경쟁 심화(16대~21대)
이후 16대 대선은 경남 김해 출신인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노무현 후보가 맞붙어 후보자의 지역색이 사라졌지만 선거 결과 이회창 후보는 전남에서 4.62%를 받는 데 그쳤다.
노무현 후보 역시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가 받았던 경북·대구 지역 득표율보다는 높았지만 경북 21.65%·대구 18.67%로, 전국득표율 48.9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6대 대선은 15대 대선에서부터 시작된 당색 경쟁이 한층 더 심화되는 계기가 된 반면 민주당은 경북·대구 지역 득표율 20%대 시대를 열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은 17대 대선은 이명박 후보 48.67%·정동영 후보 26.14%로 싱겁게 끝났지만 이명박 후보는 전남에서 9.22%, 정동영 후보는 경북과 대구에서 6.79%와 6.00%를 받는 데 그쳤다.
18대 대선에서도 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온 영·호남 공략에서 성공한 사람이 대권을 쥐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18대 대선에서도 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온 영·호남 공략에서 성공한 사람이 대권을 쥐었다.
선거 결과 박근혜 후보가 전국 득표율 51.55%로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1987년 직선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전남지역에 두 자릿수(10.00%)득표를 기록한 것이 큰 보탬이 됐다.
패하기는 했지만 문재인 후보도 경북과 대구에서 18.61%와 19.53%의 득표를 받아 TK지역 교두보 확보에 성공했고, 19대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의 힘이 분산되면서 손쉽게 대선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이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경북·대구에서 21.73%·21.7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절대 보수 지역에서 득표율 20% 시대를 확실히 다졌다.
이 결과는 20대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이재명 후보의 경북·대구 득표율이 각각 23.80%·21.60%를 이어 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지난 1987년 이후 보수정당 최초로 전남(11.44%)과 광주(12.72%)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발판으로 득표율 47.83%의 이재명 후보를 0.73%p 차로 이길 수 있었다.
21대 대선에서도 이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다.
3일 오후 8시 지상파 방송 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51.7%)가 김문수 후보(39.3%) 지지율이 12.4%p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경기도에서 김문수 후보에 55.8%대 34.6%로 21%p나 앞선 가운데 경북(28.2%)·대구(24.1%)지역에서 지난 선거 득표율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섰지만 격차가 각각 6.3%p·5.4%p에 그친 데다 보수 텃밭인 경북·대구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에게 경합지역으로 봤던 경기(21%p)·인천(16.2%p)·서울(9.2%p)에서 크게 뒤진 게 결정적 패인이 된 데다 광주(10.5%)·전남(10.9%)의 부진도 패인의 요인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