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연결된다, 그러나 전략은 쪼개져 있다.
북극항로 앞에 선 경북과 포항, 이제는 국가가 응답할 차례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 기후위기가 해양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바닷길,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그 바닷길 앞에 대한민국의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북극항로를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해운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와 외교, 안보와 에너지, 데이터와 과학기술이 얽힌 복합적인 미래항로다.
일본은 정부가 주도하는 북극전략본부를 구성했고, 중국은 이미 ‘빙상 실크로드’를 외교 용어로 고착시켰다.
러시아는 북해항로(NSR) 전용 항로 지배권을 강화하며 자국 항만 중심의 허브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이런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북극항로 전략은 지방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북극을 향한 준비를 해왔다.
포항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연계 기능을 점검하고, 국제여객터미널과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를 건립하며 기반 인프라를 확충 중이다.
북극경제이사회(AEC)와 직접 접촉하며 국제 외교 채널을 열었고, 포스텍·RIST·포항TP 등 해양과학기술 기관을 통해 기후 AI, 수소항만, 스마트 센서 같은 전략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포항은 말 그대로 물류, 외교, 기술, 교류가 맞물린 종합 해양전략 도시로 스스로를 설계 중이다.
중앙의 명령이 아닌, 지역이 감지한 미래의 조짐에 따라 스스로 움직인 결과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한국적이지 않은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포항의 이 전략은 지금까지도 지방정부의 자율적 실험에 머무르고 있다.
국가적 마스터플랜, 중앙정부의 전략 연계, 예산 구조, 해운정책과의 접목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지방은 홀로 길을 열고 있다.
바다는 연결되어 있지만, 전략은 여전히 쪼개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다.
지방의 실험을 국가의 구조로 번역하는 작업,
그리고 지방이 만들어 놓은 항로 위에 중앙이 국가 전략을 실어주는 일이다.
영일만항은 단순한 중형 항만이 아니다.
그곳은 북극과 아시아, 동해안과 유럽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정학적 가능성이 있고,
지역의 기술 인프라와 국제회의 플랫폼까지 함께 갖춘 복합적 접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지방 분권’을 말하면서도 국가 전략에 있어서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위계 속에 있었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해양의 변화는, 전략의 출발지를 바꾸고 있다.
포항의 북극 전략은 한 도시의 욕심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지역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지방에서 이미 닻을 올렸다.
이제는 국가가 노를 들고, 그 항로에 바람을 실어야 할 시간이다.
바다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을 이어 붙이는 일, 그 책임은 이제 국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