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손으로 만든 여름방학 물놀이장…728세대 단지가 하나로
슬라이딩 미끄럼틀·어묵탕·플리마켓까지…이웃 품은 하루 축제
10×10m 크기의 초등용 풀장과 10×8m의 유아용 풀장이 나란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오전 10시,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도한 ‘여름방학 맞이 특별 이벤트’가 시작되자 728세대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 단지는 순식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약 200여 명의 아이들이 집 앞마당에서 물장구를 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부모들은 그늘 아래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아이들의 물놀이를 지켜보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안전에 대한 세심한 배려였다. 관리소에서 사전 교육을 받은 대학생 안전요원 3명이 풀장 주변을 지키고 있었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소 전 직원이 총출동해 현장을 관리했다. 여기에 아파트 주민 12명이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서 운영을 도왔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하루 종일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풀장 한쪽에는 ‘슬라이딩 에어바운스’라 불리는 대형 에어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 위를 미끄러지는 짜릿한 재미에 빠진 아이들은 긴 줄을 서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차례를 기다렸다. 한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물속으로 풍덩 빠질 때마다 주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입주자대표회의 최슬민(48) 회장은 “단지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고, 부모님들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끼리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입주민 이외의 아이들까지 함께 어울리면서 지역 사회의 화합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다른 아파트나 인근 지역의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우리 아파트 아이 아니라고 가라 할 수는 없잖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누구나 함께 어울리게 하고 싶었어요”라는 최 회장의 말은, 현대 아파트 문화에서 보기 드문 열린 마음을 보여줬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계절, 아파트 한복판에서 터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장구 소리가 이웃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셨다”며 “작은 풀장 두 개가 만든 변화는 단지의 담장을 넘어, 지역을 잇는 따뜻한 다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의 풍경은 단순한 물놀이 행사를 넘어서, 현대 도시 공동체가 어떻게 따뜻한 이웃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실험이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에서 하루 동안 피어난 이웃사랑은, 무더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감동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