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매립장에 향기로운 꽃내음 가득…녹음 어우러진 꽃길 명소
최근 SNS를 통해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며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는 ‘구미다온숲’이다.
구미시 구포동(양포동)에 위치한 구미다온숲은 구미시의 주거지와 자연이 맞닿는 완충녹지 속에 조성된 곳으로 이름부터가 따뜻하다. ‘좋은 모든 일이 다 온다’는 뜻을 지닌 다온(多溫)은 누구에게나 열린 길 누구에게나 치유의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치유라는 말처럼 이곳 역시 치유를 통해 조성된 뜻깊은 조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숲이다.
현재 구미다온숲의 모습을 갖추기 전 이곳은 쓰레기매립장이었다.
지난 2007년 사용이 종료된 쓰레기매립장을 도심 속 힐링, 휴식 공간이자 탄소중립 도시숲을 목표로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2023년 3월 개장하였다.
‘쓰레기 매립장이 아름다운 숲으로 탈바꿈이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무색할 정도로 푸르른 녹음과 싱그러운 꽃내음이 인상적이다.
12.4㏊ 면적에 조성된 구미다온숲은 수목류, 초화류 등 총 50만여 본의 다양한 나무, 식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곳의 대표 식물인 수국이 3만1900본이 심어져 있어 ‘구미 수국 정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하나의 산책로로 이어진 이곳은 진입마당, 바람언덕마당, 하늘마당 등 각 공간의 특징을 담은 구간으로 이름 붙여져 자연과 함께 동화돼 걷기 좋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다양한 꽃들과 풀들이 내는 은은한 향기, 그리고 귀를 간질이는 새소리까지. 구미다온숲 길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약 2km 내외로 조성돼 있어, 운동화 한 켤레만 준비하면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제2주차장에 주차 후 길을 따라 올라오면 꽃담원을 만날 수 있다.
꽃담원은 경북형마을숲정원으로 도심 내 마을숲형 정원을 조성, 주민 접근성과 생태적 가치를 모두 갖춘 공간으로 도심 속 숲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꽃담원을 한 바퀴 걷다 보면 그라스원, 느티나무길, 수국길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의 특징으로는 물에 비친 인도의 타지마할을 연상하게 하는 그라스원, 붉은 벽돌과 수국 터널이 인상적인 수국길,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만개한 수국 사진을 촬영하기 최적인 느티나무길이 있다.
이처럼 각 공간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이 입소문을 타고 SNS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여름 구미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 벤치와 쉼터가 마련돼 있고, 곳곳에 조성된 다양한 조형물과 포토존들이 걷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진 촬영하는 연인부터,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 이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숲과 교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여름 구미다온숲이 주는 일상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꽃담원에서 정원을 한껏 만끽하였다면, 다음 만나는 코스는 숲을 느낄 수 있는 바람언덕마당이다.
바람언덕마당은 숲 둘레길을 따라 크게 도는 산책로로 이곳에는 억새원, 왕벚나무길, 이팝나무길, 대나무길, 아카시아원 등 다양한 수목이 즐비하고 있어, 계절마다 각기 다른 자태를 뽐내는 나무들을 보면서 피톤치드 가득한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절은 늘 제 색을 입고 우리 곁에 찾아온다.
봄의 연초록이 채 가시기 전, 여름은 수줍은 보랏빛과 연분홍 물결로 기지개를 켠다.
특히 초여름의 숲길은 다른 계절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바람언덕마당의 진정한 매력은 여름에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람언덕마당의 이름처럼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높은 언덕, 그 사이 수국이 피어 오기 때문이다.
사람 키보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수국은 멀리서 감상하기에도 좋지만, 수국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어 사진찍기에도 너무 좋다.
추억은 시각보다 후각이 더 강렬하게 남는다는 말처럼, 풀 내음과 꽃내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다온숲의 바람언덕마당 한 번쯤 들렀던 이들이라면 다시 찾게 되는, 작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숲길이다.
화려함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앞선 코스들과 달리, 하늘마당은 정서적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잘 정돈된 보도블럭을 따라 걷다 보면 탁트인 잔디와 잘 우뚝 솟은 나무들 그리고 곳곳에 위치한 벤치까지 마치 등산 후 맞이하는 정상과도 같은 안식을 느낄 수 있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부모,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하는 노년의 부부, 반려견과 함께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까지, 하늘마당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걷는 이들의 마음이 고요해진다는 것,
이곳에 오른 이들의 표정은 모두 평온함과 웃음이 넘쳐난다.
약 2km 남짓으로 짧은 듯하지만, 걷다 보면 어느새 긴 시간을 보낸 듯한 여운이 남는다.
고즈넉하게 앉아있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만치 기울어져 있는데,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저녁노을이 숲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그늘의 대비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는데, 특히 일몰 무렵 전망대나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구미의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을 준다.
바쁘게 살아오면서, 노을을 볼 일이 없는 이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심신의 치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숲길, 그 너머의 이야기.
다온숲이라는 이름에는 ‘다 온다’, 즉 모두가 이곳에 올 수 있고, 올 수 있기를 바란다는 따뜻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길은 나이도, 걸음도, 마음의 속도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치유의 숲길이다.
특히 수국이 피어나는 이 계절,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진심’이라는 꽃말을 지닌 수국처럼, 다온숲은 우리에게 말없이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햇살과 바람, 꽃과 나무가 서로를 이해하듯, 이 길 위에서도 우리 삶의 무게는 조용히 풀려나간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면, 수국처럼 깊은 마음을 간직한 구미다온숲을 함께 걸으며, 당신만의 ‘진심’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시끄럽지 않은 풍경 속에서, 당신의 진심을 만나보는 일. 바람이 말을 걸어오고, 꽃이 기억을 건드리는 숲. 그 길 위에서 당신도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