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설치와 운영을 맡을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영주문화관광재단이 규정에 명시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부 전문가 공개모집, 내부 결재, 업체 제비뽑기라는 원칙은 사라지고, 대표이사와 실무 관계자 등이 21명의 평가위원 명단을 꾸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로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공 입찰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일탈이다. 시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그 투명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문화’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공정성’이다.
재단은 침묵하고 있다. 절차는 왜 생략됐는지, 누가 어떤 판단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은 없다. 해명이 없는 책임엔 신뢰도 없다. 시민들이 수년간 정성 들여 키워온 축제라면, 그만큼 행정의 무게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은 단순한 실무 착오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행정이 자의로 규정을 무시할 때, 지역 문화 기반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되짚어야 한다.
영주시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정관 준수 체계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하는 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지역 문화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번 일은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이 낳은 필연”이라는 지적도 있다. 행정이 절차를 무시하면, 축제는 결국 시민의 손에서 멀어진다. 문화는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뢰는 공정한 절차 위에 세워진다.
‘시원’이라는 이름 아래 열리는 여름 잔치가 지금 그늘진 무대 뒤편에서 차가운 책임을 기다리고 있다. 투명한 행정 없이 당당한 축제는 없다. 축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단순한 질문이 지금, 영주에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