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방송, 빅터사 녹음 음원 첫 공개…헐버트와 조선의 소리 재조명
광복 80주년 기념 5부작 다큐…전통문화 기록의 의미 되새겨
대한제국 말기, 한반도에서 녹음된 120년 전의 소리가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최초로 정제된 음질로 라디오 전파를 탄다.
국악방송(사장 원만식)은 오는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특집 라디오 다큐멘터리 ‘120년의 기다림, 대한제국의 소리’를 매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한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1906년 미국 빅터사가 녹음한 희귀 음반을 중심으로, 대한제국기 음악의 원형을 되살리는 한편, 호머 헐버트가 이 녹음에 참여했던 역사적 배경과 당시 음반 산업의 국제적 흐름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906년 빅터 음반 복원 음원 최초 공개다. 이 음반은 조선 후기 음악을 실연자와 악기 구성까지 충실하게 담아낸 기록물로, 한국 근대사 이전의 소리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결정적 자료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만 알려졌던 이 음반은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 배연형·석지훈·김세훈 연구자의 집요한 추적 끝에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발굴됐다. 여기에 최신 복각기술을 더해, 원음에 가까운 형식으로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번 다큐는 단순한 복원 이상의 이야기를 담는다. 조선 말기에 한반도에 머물며 한글 보급과 독립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가 음반 녹음의 실질적 연결고리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그가 전한 조선 음악의 기록이 어떻게 세계로 퍼져나갔는지도 조명된다.
1부 ‘소리와 기록’을 시작으로, 2부 ‘헐버트의 조선음악’, 3부 ‘1906년, 빅터 레코드’, 4부 ‘복원된 시간들’, 5부 ‘대한제국의 소리’까지,
총 5부작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단순한 역사 다큐를 넘어, ‘기록과 기억’의 가치를 되묻는 문화적 탐사 여정이 될 것이다.
국악방송 관계자는 “이번 특집은 단지 복원된 음원을 들려주는 차원을 넘어, 전통문화의 기록이 왜 중요한지, 우리 소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스스로 묻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