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의 심장부였던 중금당 복원을 향한 첫걸음이 경주에서 시작된다. 오는 13일 열리는 학술대회는 ‘경주 황룡사 중금당 복원연구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건축·불상·와전·디지털 콘텐츠 등 다방면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한다. 584년 장륙존상과 19존상을 봉안하기 위해 세워진 이 불전은 당시 불교 건축·조각·미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동방 최대 불교도량’으로 불렸던 황룡사 중심축의 한가운데, 국가와 종교, 문화의 위엄이 교차하던 그 건물은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경주와 한국 불교문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지금 우리가 이 논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는 단순한 건축 재현이 아니라, 국가유산 보존과 활용의 방향을 시험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복원은 돌과 나무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사라진 시간과 맥락을 되살리는 종합 작업이다. 섣부른 재현은 역사 왜곡의 위험을 낳고, 지나친 상업화는 문화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 과거 일부 문화재 복원 사업에서 드러난 ‘형태 우선’의 졸속 사례들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학술대회가 의미 있는 이유는 연구의 범위와 깊이에 있다. 건축 고증연구, 건축사적 의의, 불상 고증, 와전 사용, 디지털 콘텐츠 활용 등 다섯 가지 주제가 발표된다. 건축과 조각, 재료와 장식, 그리고 현대 기술을 아우르는 시도다. 황룡사 중금당은 단순한 불전이 아니라 신라 불교문화의 집약체였기에, 복원 역시 건축·미술·신앙·사회사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굴자료, 문헌 기록, 국내외 유사 사례의 비교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연구 성과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복원의 진정성은 절차와 소통에서 비롯된다. 전문가 검증과 더불어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이 병행되어야 하며, 경주 시민과의 신뢰 구축 없이는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복원이 단순 관광 자원화에 그칠 경우, 황룡사가 지닌 정신적 가치와 상징성은 희석된다. 무엇보다 복원 이후의 활용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전시·연구·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운영 모델이 마련되지 않으면, 복원 건물은 껍데기에 불과해진다.
지역사회와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경주 시민들은 복원이 실현되면 도시의 위상 제고뿐 아니라 관광·교육·연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계획과 준비에 달려 있다. 숙박·교통·관광 인프라, 해설·체험 프로그램, 국제 학술 네트워크 등 종합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복원은 완공이 끝이 아니라 운영의 시작이며, 이는 곧 지역사회의 역량 시험대가 된다.
정책적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복원 과정에서의 고증 표준과 윤리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문화재 보존과 활용을 연계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복원과 같은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하되, 기술이 역사를 왜곡하지 않도록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져야 복원이 국가유산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논의는 경주의 위상을 새롭게 세울 기회이자, 한국 문화유산 복원의 모델을 만들 시험대다. 황룡사 중금당이 다시 세워질 때, 그것은 과거를 재현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문화적 유산이 된다. 하지만 복원이라는 단어의 무게만큼 그 책임도 막중하다. 완벽한 고증, 투명한 절차, 지속 가능한 활용 계획이 함께 갈 때만이 복원은 살아 있는 유산으로 숨 쉴 수 있다.
복원은 완성의 끝이 아니라, 역사와 현재, 미래를 잇는 과정이다. 학술 연구의 깊이와 사회적 합의의 폭을 동시에 넓혀야 한다. 눈앞의 형태보다 본질을 복원하는 길, 그 길에서 황룡사는 다시 동방 최대 도량으로서의 품격을 회복할 수 있다. 경주는 그 길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