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환 청송담당 기자
▲ 서충환 청송담당 기자

청송군이 여름 끝자락을 문화로 물들이고 있다. (재)청송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2025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산소카페 문화나들이’ 2차 행사가 오는 30일부터 31일까지 청송군 부남면 남관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여름 축제이지만, 이 행사의 본질은 문화 접근성 확대와 지역자원의 창의적 활용이라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행사 공간이다. 남관생활문화센터는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폐교는 농촌 소멸의 상징이지만, 청송군은 이를 문화공간으로 바꾸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지역 쇠퇴를 문화적 재생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이 모여 공연을 즐기고, 아이들이 체험활동에 참여하며, 관광객이 청송을 찾아 발길을 멈추는 순간 이 공간은 다시금 ‘살아 있는 학교’로 변한다.

또한 이번 행사는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취지를 현장에서 충실히 구현한다. 서울과 대도시에 집중된 문화 향유 기회를 농촌과 군 단위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특히 청송은 접근성이 제한된 산간 지역이지만, 공예·요리 체험, 인형극, 마술·마임 공연, 미디어아트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에 지역 작가와 함께하는 ‘수묵 이야기 체험’은 청송이 가진 전통 예술 자원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관광 자원으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지난 1차 행사에는 전국에서 온 관람객들이 ‘여름 문화 피서지’로 청송을 찾았다. 이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문화관광 융합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청송은 이미 ‘산소카페 청송정원’ 같은 자연경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행사를 연계한다면 ‘머무는 관광’, 나아가 ‘재방문을 부르는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청송지역 청소년들이 산소카페 문화나들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야외물놀이장 체험에 참가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 청송지역 청소년들이 산소카페 문화나들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야외물놀이장 체험에 참가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지방의 문화행사는 종종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기 쉽다. 그러나 청송의 사례는 지속성과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군 단위 행사를 관광 자원으로, 지역 예술인을 문화 파트너로 삼는 전략은 농촌 지역에서도 충분히 실행 가능한 모델이다.

문화는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연결망이다. 이번 청송의 시도는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중앙 정책을 넘어, 지역의 고유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실험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체계로 정착시키느냐에 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 주민 참여의 확대, 관광과의 연계 강화가 그 핵심 과제일 것이다.

청송군이 이번 여름 내놓은 답은 분명하다. 문화가 사라진 곳을 다시 문화로 채우고, 주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군 단위의 시도가 지역문화 정책의 새로운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음을 이번 행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서충환 기자
서충환 기자 seo@kyongbuk.com

청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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