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의 전통을 상징하는 청도소싸움장은 오랜 역사와 지역 문화를 간직한 공간이다. 그러나 전통이 곧 성공적인 산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청도공영사업공사가 운영하는 소싸움장은 매년 적자 폭을 좁히지 못한 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운영 적자 문제는 단순히 사업의 효율성을 넘어, 군민 세금과 직결되기에 지역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적자뿐만이 아니다. 소싸움의 운영권을 둘러싼 우사회와의 갈등, 그리고 청도군의 보조금 삭감은 사업 안정성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군민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언제까지 적자를 메워야 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행정과 공기업 모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싸움 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시각도 녹록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는 소싸움이 도박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과 동물 학대 문제를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이러한 반대 여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업 운영의 차원을 넘어, 전통문화의 정체성과 존립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축산농가의 소득 증대와 직결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싸움소는 단순한 경기용이 아니라 지역 농가의 경제적 기반과 직결되며, 소싸움이 활성화되어야만 농가의 부가 수익이 창출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수한 싸움소 확보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경기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곧 관객 감소와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더불어 경기 중 발생하는 판정 시비와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은 신뢰도를 떨어뜨려 소싸움의 대중적 매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청도소싸움장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첫째, 투명한 운영과 재정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외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둘째, 문화·관광 콘텐츠와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 소싸움 자체의 흥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축제·전통문화 체험·농촌 관광과 결합된 패키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셋째,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시대적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동물 학대 논란을 최소화하고, 교육적·문화적 의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통을 재해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넷째, 축산농가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싸움소의 안정적 확보와 관리 지원, 그리고 경기 운영의 공정성 강화가 곧 산업의 신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청도소싸움장은 지금 전통과 현실의 기로에 서 있다. 적자를 떠안은 채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지속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다면, 오히려 지역 문화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청도군민과 행정, 축산농가, 그리고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