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고율 관세로 위기 심화…경북도,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정·특별법 추진
패널들 “수소환원제철·재생에너지 공급망 필수…위기를 새로운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경상북도경제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경북포럼이
17일 오전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철강산업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임한순 경일대학교 특임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김영환 기자 yhk@kyongbuk.com
▲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경상북도경제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경북포럼이 17일 오전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철강산업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임한순 경일대학교 특임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김영환 기자 yhk@kyongbuk.com

17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경북포럼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은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찾는 자리로 채워졌다. 임한순 경일대학교 특임교수가 좌장으로 홍석표 경북도 에너지산업국장,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 신경종 포항테크노파크 에너지사업본부장, 김태현 포항상공회의소 선임팀장이 패널로 참여해 철강산업 현실과 과제 등을 짚었다.

임한수 교수(죄장)는 “포항은 한때 철강 제국이라 불릴 만큼 산업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기후위기, 고율 관세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과 지역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토론의 문을 열었다.

홍석표 국장은 철강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저가 공세를 꼽았다. 그는 “세계 조강 생산 능력이 25억 톤에 달하는데 수요는 18억 톤 수준에 머물러 6억 톤 이상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저가 물량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50% 고율 관세 적용으로 대미 수출길이 좁아진 점도 현실적 부담으로 지목했다. 그는 “포항제철소 일부 공장이 멈추고, 철강사 영업이익률이 5%에서 2%대로 곤두박질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며 위기 심각성을 강조했다.

홍 국장은 경북도가 추진 중인 대책도 소개했다. 그는 “포항과 경북 일대가 8월 산업위기대응지역으로 지정돼 긴급경영자금, 세제·R&D 지원, 시설 현대화 등 정책을 가동 중”이라며 “철강산업 특별법 제정도 연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 구조 개선, 토요일 요금제 재도입 등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녹색철강 전환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연간 250만 톤 이상의 청정수소와 8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울진 원자력 수소 단지와 해저 전력망 구축 등을 통해 포항으로 안정적 공급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영욱 대표는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철강업은 일본의 기술 장벽과 중국의 저가 공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며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고 반성했다. 이어 “철강산업의 위기는 곧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후방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 생활에도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손 대표는 통상 환경의 복잡성도 강조했다. 그는 “강관 수출의 90% 이상이 미국에 집중돼 있어 50% 관세 부과는 직격탄”이라며 “수출 다변화와 동시에 프로젝트 단위 협상으로 관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인력 구조조정 문제를 지적하며 “유럽과 미국은 탄소중립 예산의 15~40%를 산업전환 비용에 투입하지만 한국은 4%에 불과하다. 인력 재교육과 재취업 지원을 포함한 실질적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은 대대적 홍보가 아닌 조용하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 상황에서 과도한 홍보는 오히려 제재 명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종 본부장은 에너지 수급 문제를 중심으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철강산업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13~15%를 차지한다. 수소환원제철 전환에는 연간 370만 톤의 청정수소와 20GW 이상의 재생전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생산 능력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토의 70%가 산지라 재생에너지 확충에 한계가 있고, 해상풍력은 수심이 깊은 동해안 특성상 비용 부담이 크다”며 제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포항은 수소특화단지, 연구 인프라, 영일만항 배후단지 등 장점을 갖고 있어 철강도시에서 청정에너지 도시로 전환할 기회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태현 팀장은 현장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포항제철소는 태풍 침수 피해 이후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고객사의 이탈분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다”며 “같은 제철소라도 포항은 적자, 광양은 흑자로 갈린 것은 자가발전 설비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항제철소가 LNG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 자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철강 전용 요금제 도입, 공공부문에서 국산재 우선 사용이 시급하다”며 “중국 저가 제품 범람으로 어려운 지역 기업을 지키려면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철강산업의 위기가 단순히 기업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와 지역경제 전반의 구조적 위기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패널들은 녹색철강 전환과 에너지 대전환을 공통의 해법으로 제시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좌장 임 교수는 “위기는 곧 기회의 다른 이름”이라며 “포항과 경북이 철강산업 위기를 녹색전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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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수 기자
서의수 기자 seoys@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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