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매량 예측 실패 주요인
20kg 평균 소매가 6만4817원
평년 대비 22.29% 높게 형성
대목 앞두고 햅쌀 가격도 불안

▲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추석 차례상도 차려야 하는데…매일 먹는 쌀값이 너무 올랐다.”

쌀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3일 포항지역 쌀(상품·20㎏) 평균 소비자가격은 6만5733원으로 전년(5만950원) 대비 29%나 뛰었다. 전국 평균 가격을 살펴봐도 쌀(상품·20㎏) 평균 소비자가격은 6만4817원으로 평년(5만3001원)과 비교해도 22.29% 비싼 수준이다.

실제 23일 포항지역 대형마트에서는 쌀 10㎏ 한포 가격이 4만5900원에서 6만4900원대를 보였다. 일부 카드할인가를 적용하면 3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심리적 마지노선인 4만9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날 한 마트에서 쌀 가격표를 꼼꼼히 살피던 전경희(62·포항시 북구) 씨는 “쌀값이 지난달보다도 더 비싸진 것 같다.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4㎏ 작은 포장으로 추석만 버텨보기로 했다”며 “추수철이 지나고 햅쌀이 나오면 저렴해지려나…”라며 한숨 쉬었다.

쌀값 급등의 원인은 지난해 기상 악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벼멸구 피해로 인한 도정수율 하락, 여기에 정부의 수매량 ‘예측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조학 남포항농협 미곡처리장장은 “쌀값 상승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산 전국 쌀 생산량은 358만 4604t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이 중 경북도 내 쌀 생산량은 47만9887t으로 전년(50만1248t)보다 4.3%나 줄었다.

지난해 등숙기(이삭이 여물어가는 시기)에 쏟아진 집중호우와 벼멸구 등 병충해가 확산하면서 도정수율(벼에서 실제 상품 쌀로 도정되는 비율)이 하락한 것도 한 원인이다.

정 미곡처리장장은 “지난해 생산된 벼 도정수율은 66~69% 정도 나온다. 평년 도정수율(72% 내외)과 비교하면 쌀 변환량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20만t을 사들이면서 공급이 부족해지자 쌀값이 평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재고 부족과 가격 상승이 현실화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지난달 정부양곡(벼) 3만t에 이어 이달 2만5000t을 추가 공급하기도 했다.

김현성(농업회사법인㈜ 두리) 이사는 “최근 정부의 양곡 방출량으로는 현재 재고 부족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햅쌀 가격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정조학 남포항농협 미곡처리장장은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는 10월 중순이 넘어야 햅쌀값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재고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올해 수매 금액 역시 낮게 책정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이사는 역시 “일부 출하가 시작된 조생종 생산량도 평년보다 적기 때문에 10월 중순까지 쌀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 외에도 일각에서는 “지난해 쌀 생산량 예측 실패와 함께 식량자원화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주식인 쌀산업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남현정 기자ㆍ김부신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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