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율 45% 돌파…‘지방소멸’ 현실화된 청도, 정면 돌파 나서
지방소멸 대응기금 472억 확보…‘기금→투자→활력’ 선순환 구조 정착

▲ 김하수 청도군수, 전종율 청도군의회의장, 이선희 도의원, 이일상 청도경찰서장 등이 어린이와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 김하수 청도군수, 전종율 청도군의회의장, 이선희 도의원, 이일상 청도경찰서장 등이 어린이와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청도군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한 지역 관계자의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농촌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큼, 청도군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군은 위기 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민 체감 형 정책으로 ‘지방소멸 극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청도군의 현황과 대응,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 위기의 현장 – 고령화 45.3%의 그림자

청도군의 현재 인구는 약 4만 명. 그중 절반에 가까운 45.3%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2.9%에 불과했던 고령인구 비율이 32.4%포인트나 치솟으면서, 농촌 지역의 현실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경북대 사회학과 A 교수는 “청도군 사례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전반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라며 “출산율 저하와 청년층 유출이 중첩되면서 소멸 위기 지수가 심각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전의 시작 – 기금 확보와 정책 혁신

청도군은 위기를 반전시키는 첫걸음을 재정 확보에서 찾았다.2025년 행정안전부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에서 최고 등급 ‘우수’를 받아 160억 원을 확보했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총 472억 3,800만 원의 기금을 끌어 모았다.

이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금 확보 → 인프라 조성 → 인구 유입이라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바로 ‘빛나래 상상마당 물놀이장’이다. 총 35억 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개장 한 달 만에 1만여 명이 찾으며,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과 손주들이 마음껏 뛰며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너무 좋다”는 한 주민의 말은, 단순한 시설 이상의 의미를 말해준다.
 

▲ 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투자 – 청도자연드림파크

청도군의 가장 큰 도전은 청도자연드림파크 조성 사업이다. 민간자본 2500억 원을 포함한 총 35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완공되면 △1000명 이상의 정주 인구 유입 △700여 개 일자리 창출 △관광·농업·문화 융합 산업 육성이라는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김하수 군수는 “단순한 관광단지를 넘어서, 일자리와 주거, 문화까지 아우르는 복합 경제 거점으로 만들겠다”며 “청도군이 인구와 경제를 동시에 살려낼 수 있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귀촌 3년 차 박 모 씨(39)는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어 청도에 내려왔는데, 앞으로 교육·문화·여가 공간이 늘어나면 훨씬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어린이와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 어린이와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사람을 위한 정책 – 맞춤형 지원의 힘

청도군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사람 중심’ 정책이다. 귀농정착금, 신혼부부 지원, 임신·출산 지원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통해 1인당 최대 2억5700만 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귀농·귀촌 인구를 위한 농업 교육과 창업 지원까지 연계해,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정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치로 확인된 성과 – 생활인구와 관광객의 증가

청도군의 전략은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생활 인구는 주민등록 인구(약 4만 명)의 7.8배인 34만 명으로, 경북 도내 1위, 전국 7위에 올랐다. 이는 청도군이 단순히 ‘작은 군’이 아닌, 수십만 명이 드나드는 생활·관광 거점임을 입증한다.

관광객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청도 방문객은 254만 명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청도의 대표 축제인 ‘청도 소싸움 축제’와 ‘반시 축제’ 등이 관광 성장세를 이끌었다.

△정책 전환과 대응 – SW 중심 사업 발굴

2024년 이후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을 시설(HW) 중심 → 프로그램(SW) 중심으로 전환하자, 청도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월 9일 열린 저 출생 극복 T F 회의에는 20여 명의 실무진이 참여해 청년 창업, 관계인구 확대, 농촌 정착 지원 등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이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은 오는 10월 제출 예정인 청도 형 SW 사업계획서에 반영된다. 군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형 사업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청도군이 보여주는 교훈

청도군의 사례는 단순한 ‘지방소멸 극복’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지역이 어떻게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재정 확보로 기반을 마련하고, 대규모 투자로 성장 축을 확보하며, 생활 밀착형 정책으로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은 “작은 군도 충분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청도군은 이제 더 이상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만 불리지 않는다.기금 확보, 대규모 투자, 맞춤형 지원, 관광객 증가, 정책 혁신을 통해 지방소멸 대응의 전국적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김하수 청도군수
▲ 김하수 청도군수

김하수 군수는 “청도군은 위기 대응을 넘어,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도시로 도약 중”이라며 “앞으로도 주민 체감 형 정책과 차별화된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재기 기자
장재기 기자 jjk@kyongbuk.com

청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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