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케이블·인터넷·유튜브·Molotov 등 8회 이상 방영
농민 권익·민주화운동·한센병 치료 헌신한 삶 조명
10월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가톨릭 전문 방송사 KTO에서 특별한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다. 안동시와 안동MBC가 공동 제작한 ‘한국인 두봉 주교’가 프랑스와 유럽 전역, 프랑스어권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영되는 것이다. 방송은 위성·케이블은 물론 유튜브, Molotov 플랫폼 등을 통해 최대 30일간 8회 이상 송출되며, 실시간과 다시보기가 모두 가능하다.
다큐의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 선교사이자 초대 안동교구장이었던 르네 뒤퐁(René Dupont) 주교다. 1954년 6·25전쟁 휴전 직후 한국에 부임한 그는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70년 넘게 헌신적인 사목 활동을 이어갔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주교 서품을 받고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약 21년간 교구를 이끌며 농민 권익 보호, 민주화운동 지원, 여성 교육 확대, 한센병 환자 치료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번 다큐에는 두봉 주교의 유언장 최초 공개를 비롯해 하회별신굿 복원 과정, 아동문학가 권정생과의 교류, 대전 성심당의 사회적 실천 사례까지 담겨 종교 인물을 넘어선 한국 사회·문화사적 의미를 조명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프랑스 방송에 정식 수출되고, 전 세계 프랑스어권 시청자와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과 인물을 발굴해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천주교 신자 김모(65) 씨는 “두봉 주교님은 늘 가난한 이웃 곁에 계셨다. 이번 방송을 통해 그의 삶이 세계에 알려진다니 가슴 벅차다”고 소회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제작 다큐가 해외 방송 채널을 타고 확산되는 것은 지역 스토리텔링의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다만 실제 파급력을 확보하려면 방송 이후의 시청 통계, 자막·번역 품질, 현지 홍보 전략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봉 주교는 1970년대 ‘안동 가톨릭 농민회 사건’으로 박정희 정권의 추방 명령을 받는 위기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교황청과 김수환 추기경, 민주화 세력의 지지를 받아 위기를 넘겼다. 1990년 퇴임 후에도 의성 봉양면에서 주민들과 교류하며 미사와 상담을 이어갔고, 지난 4월 96세로 선종할 때까지 한국 사회와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이번 다큐 방영은 안동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이 지닌 콘텐츠 제작 역량을 해외에 알릴 기회다. 하지만 단순히 송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후속 전시·상영회 연계 등 후속 전략을 통해 ‘문화 외교’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