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외곽 관광지 한계 넘어 야간관광 콘텐츠 강화…지역경제·일자리 창출 기대
녹색복지·원도심 재생사업 속도…“군민이 체감하는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 예천 실현”
예천읍 원도심은 한때 인구 2만 명에 이르며 작은 도시의 활기를 누리던 곳이었다. 장터에서는 덤을 얹어주는 푸근한 인심이 넘쳐났고, 좁은 골목마다 이웃 간의 정이 오가며 삶의 따스함을 더했다.
그러나 경북도청 이전은 도시의 균형을 흔들어 놓았다. 신도심은 젊음과 활기로 채워졌지만, 원도심은 점차 빛을 잃고 고령화와 상권 위축, 인구 감소라는 삼중고 속에서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처럼 침체된 원도심에 최근 새로운 불빛이 켜졌다. 예천군이 남산공원에 추진 중인 ‘벅스 루미나 미디어 아트 센터’가 그것이다.
단순한 조명 시설이 아니라 빛과 소리, 영상이 어우러지는 첨단 예술 관광지로, 관람객의 발걸음과 손짓에 따라 빛과 음악이 반응하며 매 순간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군은 이를 통해 예천을 단순히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며 즐기는 체류형 관광지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사실 예천은 그동안 삼강주막, 회룡포, 용문사, 곤충생태원 등 외곽 관광지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들 명소는 하루 일정이면 대부분 둘러볼 수 있어 체류 시간이 짧고, 지역 상권과 숙박업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다.
벅스 루미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야간 관광은 숙박과 식음료, 교통 소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영의 야간 명소 ‘디피랑’은 개장 4년 만에 1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바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충혼탑 이전 문제와 남산공원 개발 과정에서 전통과 역사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다수의 주민들은 경기 침체와 상권 위축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정체를 끝내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표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에서 벗어나 원도심의 고령화와 경기 침체, 상권 위축이라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벅스 루미나 미디어 아트 센터 조성을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닌, 훗날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지역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김 군수는 이 사업을 문화와 관광, 경제가 동시에 살아나는 ‘빛의 부활’로 규정하며 미래 전략의 한 축으로 세웠다.
벅스 루미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원도심 상권 활성화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이 결합되면 지역 예술인과 청년들에게 새로운 무대가 열리고, 특산품 판매와 연계 관광상품, 야간축제 등 파급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단순한 관광지 조성을 넘어, 예천의 문화·경제 체질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나란히 예천군이 추진 중인 녹색복지 전략은 신도시와 원도심을 동시에 품어 안는 두 번째 날개다. 신도시에는 이미 패밀리파크와 범우리공원이 조성돼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가족 물놀이장과 캠핑장, 파크골프장 등을 갖춘 패밀리파크는 첫해에만 5만 명 이상이 다녀가며 대표적인 생활형 녹색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범우리공원은 숲속놀이터와 황토맨발길, 유아숲 체험원 등을 통해 세대별 맞춤형 쉼터로 각광받고 있으며, 산림청의 ‘녹색도시 우수사례’에도 선정됐다.
원도심 재생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폐철도 부지를 활용한 옛 기찻길 문화공원은 낮에는 맨발길과 지압로, 시니어 놀이터로 건강을 챙기고, 밤에는 바닥분수와 경관조명으로 관광 명소 역할을 한다.
한천체육공원 인근 다솜길은 벚꽃길과 맨발 산책로를 조성하며 생활정원과 경관조명으로 변신 중이다.
달그리뫼 힐링숲길에는 데크로드와 전망대, 야간조명이 설치돼 읍내 전경을 내려다보는 명소가 되었고, 봉덕산~흑응산 숲길은 정비를 통해 안전성과 경관을 동시에 개선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남산공원이 있다. 남산공원은 기존 석가산, 분재원, 테마정원에 더해 터널형 분수와 곤충 테마 미디어아트가 도입돼 낮에는 정원을 거닐고, 밤에는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벅스 루미나가 더해지면서 남산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예천 원도심 부활의 상징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군은 녹색복지를 단순한 복지 개념을 넘어 경제 자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만 26억 원을 투입해 920ha의 숲가꾸기와 78ha의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18억 원 규모의 임산물 소득 지원으로 임업 기반을 강화한다.
백두대간 소득지원, 산림작물 생산단지 조성, 임산물 상품화 지원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산림경제 기반은 관광산업과 결합해 예천만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드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랫동안 느리게 흘러왔던 원도심의 시계는 이제 다시 움직이려 한다. 남산공원에서 피어오를 빛의 향연은 단순한 관광상품이 아니라, 예천이 내일을 향해 건네는 초대장이다. 긴 어둠의 터널 끝에서 다시 켜지는 이 불빛은 ‘예천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녹색복지와 사람 중심의 행정을 발판으로 한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신도시에서는 품격 있는 정주환경을, 원도심에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되도록 녹색 복지를 확충하겠다”며 “벅스 루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군민 모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녹색도시 예천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