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5경주APEC’ 주간이 시작되었다. 10월 31일(금)부터 11월 1일(토)까지 진행되는 회원국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만사형통하고 무탈하길 간절히 축원한다. 잔치준비는 완료되었다. 완벽한 보안과 안전 그리고 순조로운 회의 진행을 위해 정부, 경상북도, 경주시 그리고 APEC준비단에서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불철주야 애쓰시는 실무진들과 자원봉사단, 그리고 경주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공들인 잔치에 흠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손님맞이에 정성을 쏟는 화룡점정(畵龍點睛)만 남았다. 마지막까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가 다시 찾는 ‘멋진 경주APEC’으로 기억될 수 있다.

공식적으로 APEC회의의 하이라이트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리는 회원국 정상회담이다. 2025경주 APEC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으로 경제협력,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 인구구조변화 대응과 관련된 의제들이 다루어진다. 참여국 정상회의와 각급 회의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술술 풀어주면 좋겠다. 경주APEC을 계기로 관세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범죄와의 전쟁도 완벽하게 정리되어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이 되면 더 좋겠다.

이번 2025경주APEC은 시종일관 세계적인 화두의 중심이었다. 이유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만남에 대한 기대와 양자가 펼칠 진검승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두 정상 모두 경주APEC에 참석하여 정상회담을 가진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직접 만나는 것은 2019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연임실패를 극복하고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 3연임 제한규정을 철폐하고 황제에 등극한 시진핑 주석, 양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6년의 세월은 너무나 길고 간절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두 정상은 처음부터 경주APEC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애증이 깊은 사람들의 서먹서먹한 만남에는 선물꾸러미가 기본이다. 최근 중미간 논쟁 중인 희토류, 대두, 인공지능(AI), 관세, 항공부품, 펜타닐 문제를 둘러싼 설왕설래와 공방을 보면 양자의 ‘설렘’이 보인다. “시 주석과 상당히 긴 회담을 가질 것”, “시 주석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은 펜타닐 문제”라는 트럼프 대통령, 간절한 기다림이 느껴진다. 세인들이 기대하는 무역불균형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핵 군축, 에너지 안보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지만 또 다른 바램이나 할 말도 있을 것이다.

양국 정상의 일정을 보면 APEC정상회담 전날인 10월 30일에 미중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7일-28일에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29일에 부산 도착, 30일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 CEO서밋과 오찬을 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다. 시진핑 주석은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의 국빈방문을 한다. 30일에는 경주에 도착하여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31일 APEC정상회의에 참석하고, 11월 1일 한중정상회담을 하는 일정이다.

자칭 흥정과 거래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후흑(厚黑)의 대가인 시진핑 주석의 진검승부가 어떻게 펼쳐질까. 양자의 거래와 대결이 흥미진진할수록 경주APEC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승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언론들의 입과 이벤트의 신선함이다. 표면적으로는 차기 APEC주최국인 중국이 유리하게 보이지만 시선 강탈의 대가인 트럼프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가 미중 정상회담보다 더 극적인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다. 바로 트럼프-김정은의 깜짝 회동이다. 아시아순방을 앞둔 시점에서 언급한 “한국서 김정은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 단초이다. 미리 “북은 일종의 핵보유국”, “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있다”는 선물도 던졌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고 생각한다”는 기대감도 표했다. 팔순의 노장이 2019년 6월 오사카 G20정상회의 직후 이루어졌던 김정은과의 판문점 번개팅을 그리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초대(?)로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지역을 방문했다. 연임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에 초대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그런 김정은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하노이의 오해를 풀고 손편지로 조공하는 ‘굿맨’과 다시 거래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6·25전쟁을 끝내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설립한 ‘1789캐피탈’의 북한지역 진출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1977생)가 비슷한 세대인 김정은 위원장(1984생)을 절친으로 두는 것은 2029년 이후 트럼프가의 발전과 존속에 필수적일 수 있다. 유엔사가 판문점 견학을 일시 중지하고 북한이 판문점 청소를 하고 있다는 통일부 장관의 언질이 있었다. 그만큼 남북한 모두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번개팅 이벤트가 성사되면 경주APEC도 좋다. 남북한의 막힌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경주APEC에 세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27일 저녁 보문에서는 ‘천년의 달’ 멀티미디어 쇼의 특별공연이 진행된다. 경주APEC에 참여하는 21개국 대표들과 손님들이 달처럼 밝고 환하게 웃으면 좋겠다. 그 덕분에 경주도 세상 한가운데에 달처럼 두둥실 떠올라 천년미소를 가득 머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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