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은 녹슬지 않고 변색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인은 금을 ‘신의 살’이라 불렀다. 메소포타미아인은 왕의 관에 금실을 엮었다. 인간은 수천 년을 두고 금을 착용하고, 집을 장식하고, 무덤까지 가져갔다. 금은 단순한 광물이 아니라 권위와 영속의 상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는 황금에 유난히 애착을 보여 ‘골드 러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도 화려한 황금장식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관 선물은 트럼프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다. 여기엔 단순한 취향 맞추기 이상의 역사적 메시지가 있다. 신라는 ‘황금 왕국’이었다. 전 세계에 남은 고대 순금 금관 13점 가운데 6점이 신라의 것이다.
예루살렘 출신 지리학자 알 마크디시는 10세기 ‘창세와 역사서’에 “신라인은 금실로 수놓은 비단으로 집을 장식하고 금그릇으로 밥을 먹는다”고 기록했다. 삼국유사에도 신라 금성에는 서까래와 문틀을 금으로 장식한 ‘금입택(金入宅)’이 39채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금관에는 신라의 정신이 담겨 있다. 정면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 양쪽 뿔 장식은 사슴 토템의 흔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관은 왕이 곧 하늘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임을 눈부신 형태로 보여준다.
APEC을 계기로 신라 금관 6점이 104년 만에 한자리에 전시되고 있다. 천마총, 금관총, 서봉총 등에서 출토된 서로 다른 신라 왕조 때 빛났던 금관이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에 모인 것이다.
금관 모형 선물에는 강력한 지도력을 상징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신라 금관 선물은 한반도에서 가장 긴 1000년 평화시대를 유지한 신라의 역사와 한미가 만들어갈 평화 공존, 공동 번영의 새 시대를 상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