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일 수필가·경영학 박사
▲ 이상일 수필가·경영학 박사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인간의 경제활동은 선의(善意)가 아니라 이기심이라며 빵집 주인의 이윤 추구 때문에 우리는 매일 아침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고 농부도 수익을 원하기에 시장에 곡물이 공급된다고 했다. 결국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각자 이익 추구가 얽혀 돌아가는 협동 메커니즘의 원리로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각 개인의 이기심이 합쳐 번영을 누리지만 그 부작용으로 또한 양극화· 환경 파괴· 독점 등의 문제로 심각하다. 즉 인간의 이기심은 문명을 움직이는 힘이자 위험으로 양날의 칼이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욕망이 경쟁과 발전을 낳지만, 제어되지 않은 이기심은 또한 탐욕·불평등·환경 파괴로 이어져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감금 사건이 급증하여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치안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구조적 범죄이자 자본주의의 그늘이다. 저임금 노동과 불법 도박, 보이스-피싱 조직이 결합하면서, 인간을 ‘이윤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범죄 산업이 캄보디아 전역에 퍼지고 있다. 돈이 신이 되고, 인간의 존엄은 비용으로 취급되는 풍조가 범죄의 토양을 만든 것이다.

국제사회의 느슨한 감시와 현지 정부의 부패, 그리고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 구조적 착취가 더해지면서, 이윤을 위한 인간 거래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잘살기 위한 목적의 수단으로 돈을 벌이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돈이 목적이 되고 사람이 수단이 되는 비윤리적 자본주의의 병폐다. 그래서 경제를 살리는 길은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신뢰와 도덕이 흐르는 사회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경쟁이다. 그러나 그 경쟁이 윤리를 잃을 때, 시장은 곧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한다. 이윤 극대화가 유일한 목표가 되면 인간의 생명과 존엄은 비용으로 전락한다. 캄보디아 납치사건의 급증은 단순한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이 실종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핵심 과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조율해 공동의 번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과 제도가 필요하다.

교육은 이기심을 공공선으로 전환하는 내면의 통제장치다. 그러나 내면의 자각만으로는 부족하다. 법과 제도는 인간의 행동을 사회적 규범 속에 두는 외적 조율 장치다. 공정한 경쟁법과 환경 규제, 조세·복지 제도는 이기심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울타리로 필요하다. 규율 없는 자유는 탐욕을 낳고, 탐욕은 결국 시장을 파괴한다.

신뢰를 회복하고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 그 비경제적인 기초 위에서만 경제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경제는 돈으로 돌아가지만, 신뢰로 유지된다.” 경제는 이윤으로 돌아가지만, 그 이윤의 바탕은 신뢰와 질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흐르는 사회 만드는 일이다. 경제를 살리는 가장 비경제적인 길 그것이 바로 도덕적 질서와 공공성의 회복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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