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무역확장법 232조 근거 고율관세 부과…한국산 트럭·부품도 포함
대구성서·경산·구미 협력업체 수출 감소 가능성… “시장 다변화·기술 전환 시급”

▲ 대구성서공단.
▲ 대구성서공단.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일부터 중·대형 트럭과 그 부품에 2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국가안보 보호’를 명분으로 한 조치지만,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경북·대구 지역의 자동차 부품·기계 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2조 조사’ 근거로 발효…트럭·버스 부품까지 고율관세

이번 조치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상무부가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중형 트럭(총중량 6,350~11,793㎏)과 대형 트럭(11,793㎏ 이상), 그리고 해당 부품에는 25%의 관세가, 버스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이미 4월부터 시행 중인 승용차·경트럭 25% 관세와는 별개로 적용된다.

철강·알루미늄(25%), 구리(50%), 목재(10%) 등에 매겨진 품목별 관세와 중복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동차 관련 수입품 전반에 가격 부담을 가중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한국산 트럭·부품도 대상…“기존 15% 상호관세보다 타격 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트랙터·레미콘 등 중·대형 차량과 그 부품에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기존 15% 상호관세가 부과되던 품목들보다 부담이 훨씬 커진 셈이다.

수출 비중을 보면 한국의 중·대형 트럭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지만, 해당 부품을 납품하는 지역 중소기업에는 상당한 파급이 예상된다.

특히 대구성서산업단지·경산·구미 등지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일부 대미 수출선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 타격 가능성이 있다.

△대구·경북, 자동차·기계 수출 비중 높아 ‘간접 타격’ 우려

대구·경북권은 전국에서도 자동차 및 기계류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대구의 수출 품목 중 기계류가 약 23%, 자동차 및 부품이 8% 이상을 차지하며, 경북은 철강·기계·전기장비 중심의 중후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시장이 직접 주요 수출처는 아니더라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생산 네트워크에 연결된 중소 협력업체들이 많다. 이들 기업의 제품이 일본·멕시코 등을 거쳐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수요 위축과 거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포항·영천의 산업기계업체, 경산의 변속기·차체 부품 제조사, 대구성서공단의 상용차 부품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수출은 미미하지만, 납품망을 타고 들어가는 간접 수출이 줄면 생산량 조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캐나다산 우세 속 한국산 불리…FTA 예외도 적용 안돼

미국의 트럭 수입량 중 70% 이상이 멕시코, 20%가 캐나다산으로 사실상 북미공급망이 장악하고 있다.

NAFTA를 대체한 ‘USMCA(미·멕·캐 협정)’에 따라 이들 국가는 관세 면제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이번 조치의 예외 대상이 아니다.

일본·유럽연합(EU)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협정을 맺었으나, 트럭·부품 분야는 일반 자동차와 분류가 달라 관세 감면 혜택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산 트럭·부품의 가격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지역 대응 과제…“미국 의존 탈피·시장 다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닌 ‘공급망 재편 압력’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산업 통제권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수출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기술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일부 기계·자동차 부품 기업을 중심으로 유럽·중동·동남아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 차원의 금융·세제 지원과 기술고도화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AI·배터리·스마트팩토리 산업으로 구조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기계·부품 비중이 높아 글로벌 무역변수에 민감하다”며 “중소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제조업, ‘관세 리스크’ 상시 대응체계 시급

이번 미국의 트럭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중·대형차 수출에,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제조업의 체질 개선 속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구·경북이 수출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상시 관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미국발 보호무역 조치가 반복될 때마다 지역 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

‘공급망 자주화’ 시대에 지역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관세에 휘둘리지 않는 기술력과 시장 분산 전략뿐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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