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 무역 시스템을 함께 지키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해야 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강력한 다자주의 옹호 메시지를 냈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한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그는 APEC이 다자무역 구도 복귀에 힘을 보탤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다자주의에 회의적이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불공정 기관’이라며 탈퇴를 추진했다. 중국 중심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위법 판정이 잦자 WTO 신규 재판관 임명을 보이콧해 재판 기능을 마비시켰다.
트럼프 협상 전략은 독특하다. 개별 협상을 통해 공포심을 한껏 고조시킨 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 개별 분리 협상 원칙이다. “트럼프의 협상은 논리 싸움이 아니라 공포의 게임이다.”
협상의 달인 키신저가 1기 트럼프 때 한 지적이다. 이 게임 전략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이 같은 전략 구사가 쉽지 않다. 트럼프가 협공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다자주의 틀을 깨야 하는 것이다.
그는 1기 때 파리기후협약 등 다자간 국제기구를 탈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마저 탈퇴 협박을 하고 있다. 그는 경주에 왔지만 APEC CEO 서밋에서 특별연설만 하고 본회의 전에 출국했다. 다자회의 APEC 패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자 시진핑 주석이 “배를 함께 타자”며 APEC에 손을 내밀었지만 거부당했다. ‘경주선언’에 다자주의 옹호가 담기지 못했다.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온다. 위법 판결이 나도 트럼프가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중 무역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이지만 다자무역 체제 복귀는 기대난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