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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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미국도 핵실험을 다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핵무장 선언은 단순한 돌발 발언이 아니다. 미국이 더이상 ‘핵 우위’를 지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국제환경이 그 배경이다. 중국의 핵탄두는 최근 6년 새 2배로 늘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기로 핵무기 투발체계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35년이면 중국의 핵전력이 러시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에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핵실험을 실제로 하겠다는 뜻일 수도, 혹은 핵능력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협상용 엄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 발언에 러시아 크렘린궁과 중국 외교부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유엔도 경고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냉전 이후 핵확산을 막아 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NPT는 ‘핵보유 5개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은 군축을 약속하고, 비보유국은 핵을 만들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핵보유국부터 규칙을 어기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했고, 중국은 핵 실험장을 재정비 중이다. 트럼프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 인정한 북한은 6차 핵실험 후 핵무력 사용 법령을 제도화했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을 받았다. 전술핵 재배치·독자 핵무장론이 국민 여론 70%를 넘는다. 일본에서도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갖는다면 일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방위성의 성명이 나왔다. 1970년 발효된 NPT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이 전 세계가 새로운 핵군비 경쟁을 하는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지는 트리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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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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