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3558개 읍·면·동의 34%에는 중학교가, 8%에는 초등학교가, 12%에는 유치원이 없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지역 인구가 줄면서 학교를 통폐합한 결과다.
학교의 소멸은 곧 마을의 소멸로 이어진다. 교정의 종소리가 멎은 자리엔 한 세대의 기억이 묻히고, 그 기억이 사라질 때 공동체의 숨결도 함께 사그라든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고 마을을 지탱하는 ‘삶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선, 지방의 학교는 ‘작지만 깊이 있는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
학생 수는 적지만, 그만큼 아이 한명 한명을 세심하게 돌볼 수 있다.
마을의 자연과 문화를 교과로 삼고, 지역 주민이 수업의 주체로 참여하는 ‘마을결합형학교’는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
또한 ICT를 활용한 원격수업과 공동교육과정으로 도시학생들과의 학습격차를 좁힐 수도 있다.
작은 학교는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이다.
특히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농산어촌 유학마을’사업은 눈여겨 볼만하다.
도시 학생이 일정 기간 농어촌 학교에 머물며 생활하는 이 제도는 단순한 체험이 아닌, ‘삶의 전환 교육’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율성과 공동체 정신을 배우고, 농어촌 학교는 학생 유입으로 활기를 되찾는다.
나아가 지역 어른들은 도시 아이들에게 전통과 삶의 지혜를 전하며 교육의 새로운 주체가 된다.
이처럼 유학마을은 도시와 농어촌을 잇는 상생의 다리이자,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이 다시 살아나는 구체적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지역 전체의 배움터로 확장되어야 한다.
아이들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주민 모두가 함께 배우고 나누는 ‘평생학습 공동체’로 발전할 때 마을의 활력은 다시 깨어난다.
폐교된 건물을 마을 도서관, 문화센터, 귀농-귀촌 체험장으로 바꾸면, 학교는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중심지가 된다.
실제로 몇몇 농촌에서는 교사와 주민이 힘을 모아 교육과 마을 재생을 동시에 이루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학교 존치가 아니라 ‘교육을 통한 지역 재생’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교육, 주거, 복지, 일자리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아이들이 돌아오고, 부모가 정착하며, 지역이 살아난다.
지방 소멸의 시대에 학교는 희망의 마지막 불씨다.
학교는 지역의 과거이자 미래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지막 다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