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1500개로 꾸민 ‘호박로드’ 화제…국내 정상급 재즈 공연에 관광객·주민 800명 몰려

▲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1500여 개의 호박으로 조성된 ‘호박로드’. 울릉군 제공
▲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1500여 개의 호박으로 조성된 ‘호박로드’. 울릉군 제공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익숙한 울릉도에 이례적인 선율이 울려 퍼졌다.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개최된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의 현장을 찾았다. 섬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들썩였다.

아트센터로 향하는 길,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500여 개의 호박으로 조성된 ‘호박로드’였다. 오렌지빛 호박들이 만들어낸 길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이 특별한 풍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호박의 섬, 울릉’이라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호박이 예술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작은 섬에서 이런 수준의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남양리에 거주하는 이명희(52) 씨의 눈빛에는 감동이 서려 있었다. “울릉의 밤이 한층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녀의 말에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한 기쁨이 묻어났다.

▲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국내 정상급 재즈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국내 정상급 재즈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고 있다. 울릉군 제공

무대에서는 국내 정상급 재즈 아티스트 8팀이 차례로 공연을 펼쳤다. 특히 주목할 만했던 것은 울릉중학교 이다혜 학생의 피아노 연주였다. 섬의 미래를 상징하는 이 소녀의 연주에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만큼은 이 외딴 섬과 육지 사이의 문화적 격차가 사라진 듯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호박 조형물과 전시, 체험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호박요리 부스에서 울릉도 특산물의 맛을 음미하고, 호박 공예 체험을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호호, 오늘은 재즈처럼 가볍게’라는 슬로건처럼, 이날만큼은 섬 주민들의 일상에 가벼운 여유가 스며들었다.

▲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1500여 개의 호박으로 조성된 ‘호박로드’.  울릉군 제공
▲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지난 1일과 2일 울릉천국 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1500여 개의 호박으로 조성된 ‘호박로드’. 울릉군 제공

서울에서 온 관광객 박정민(38) 씨는 “호박을 테마로 한 전시와 조형물이 정말 인상적다. 음악과 자연, 지역의 문화가 잘 어우러진 축제다”라며 감탄했다. 그의 말에서 도시인이 느끼는 지방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존중이 느껴졌다.

약 800여 명의 군민과 관광객이 참여한 이번 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섬 주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행사 관계자는 “첫 시도임에도 주민 참여와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내년에는 지역 예술인과 청년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울릉의 가을을 호박과 재즈로 따뜻하게 채워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섬에서도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적 고립으로 문화적 소외를 겪어온 울릉도에 피어난 이 작은 문화의 꽃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시도였다. ‘울릉호박재즈페스티벌’이 매년 가을 울릉을 대표하는 정기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재형 기자
박재형 기자 jhp@kyongbuk.com

울릉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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