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가까이 기대고 싶어 하지만
서로의 거리를 두어야 잘 보이고
침묵을 잘해야 할 말이 떠오릅니다
남의 말을 듣고 또 듣는 것이
사랑의 방법입니다
침묵 속에 기다리는 것이 지혜의 발견입니다
아파도 슬퍼도 쉽게 울지 않고
견디고 또 견디는 것이 기도의 완성입니다
사계절 내내 중심 잡고
서 있기 힘들 때도 많지만
그래도 기쁘게 사는 것은
흐르는 세월 속에 땅 깊이 내려가는 뿌리
하늘로 뻗어가는 줄기
바람에 춤추는 잎사귀들 덕분입니다
오늘도 사랑받고 사랑하는 저를
사랑으로 지켜봐주십시오
늘 고맙습니다
[감상] 소설가 펄 벅이 “조선의 가을 하늘을 네모 다섯 모로 접어서 편지에 넣어 보내고 싶다.”라고 했을 정도로 눈부신 가을날에, 한국교원대에서 교장 자격 연수를 받고 있다. 단군 이래 ‘학교’는 모든 갈등의 화약고가 됐다. 다양한 직렬이 혼재하고 교원, 학생, 학부모 간의 갈등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때마침 ‘바람직한 학교장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반별 발표가 있다. 우리 반은 마지막에 시를 한 편 낭송하기로 했다. ‘나무의 사랑법’을 ‘교장의 사랑법’으로 바꿔서. “듣고 또 듣는 것”, “침묵 속에 기다리는 것”, “견디고 또 견디는 것”, “그래도 기쁘게 사는 것”, “오늘도 사랑받고 사랑하는”게 교장의 사랑법이 아닐까! 굳게 믿으며.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