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복지 키워드로 풀어보는 영화세상’ 열두 번째 이야기는 2011년 윤성현 감독의 영화 <파수꾼>이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관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진심 어린 울림으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세 명의 우정이 한순간의 오해와 폭력으로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청년의 고립과 주변의 무관심이 빚어내는 비극을 담담히 보여준다.
영화는 한 학생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기태라는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무심했던 아버지는 뒤늦은 죄책감에 아들의 죽음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아버지의 현재와 기태의 과거를 교차하며, 세 친구의 우정이 어떻게 무너져갔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기태는 친구에게 가한 폭력 이후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서 점점 자신을 고립시키며 친구에게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비참해져도 너만 나 알아주면 돼.” 관계가 깨지고, 마음이 닫히게 되면서 결국 그는 혼자가 된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아무도 그를 붙잡지 않았는가.”
질문은 영화 속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3,661명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그중 20대의 59.5%, 30대의 43.4%가 자살이었다. 고독사는 더 이상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업 실패, 경제적 어려움, 인간관계의 단절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조용히 사회의 그늘로 밀려나고 있다. 누구도 그들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그들은 점점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들어간다.
복지는 제도 이전에 사람의 일이다. 청년의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손을 내밀고, 닫힌 방문 앞에서 기다릴 줄 아는 일이다. 사회복지의 본질은 바로 이 작은 ‘신호’를 읽어내는 데 있다. 누군가의 고립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무관심이 쌓이고, 관계가 끊어질 때 만들어진다. 복지는 그 ‘닫히는 과정’을 멈추게 하는 일이며, 그것은 위기가 오기 전에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예방복지다. ‘예방복지’는 위기 이후의 지원이 아니라 위기 이전의 보호를 의미한다. 겨울이 오기 전 독감 예방주사를 맞듯, 복지도 마음이 닫히기 전에 작동해야 한다. 문제가 드러난 뒤가 아니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계를 이어주고 세우는 것이 예방복지의 본질이다.
<파수꾼>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누가 그를 지켜보았는가, 지금 우리는 누구를 지키고 있는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뒤늦게 후회하는 사회가 아니라, 무너지기 전에 손을 내미는 사회다.
그것이 복지의 본질이며, 우리가 서야 할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