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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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키타현(秋田縣)에서 ‘곰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9월 일본 환경성이 집계한 곰 출몰 건수는 2만792건. 지난해보다 무려 3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포획된 개체 역시 6063마리로 역대 최고다.

도토리 흉작에 굶주린 곰들이 산을 내려와 민가를 휘젓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잇따르자 마침내 일본 정부는 자위대까지 투입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전직 레슬링 심판이 곰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는 야외 온천 욕조를 청소하다가 곰에게 50m 정도 끌려가 숲속에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후 아키타현 북부 가즈노시에 배치된 자위대원들은 덫을 설치하고 포획한 곰을 운반하며 위험 지역 순찰 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결코 일본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지리산 일대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의 개체수가 이미 100마리에 이르렀다는 추정이 나온다. 최대 서식 수용치 78마리를 넘긴 지 오래다. 민가 인근에 출몰하는 사례와 벌꿀·과수 피해만 해도 누적으로 600건에 육박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주요 탐방로에 ‘베어벨’을 설치했다.

일본은 불곰까지 서식하는 대규모 곰 개체군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은 상대적으로 온순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의 논리는 단순하다. 먹이가 부족하고 개체 수가 늘면 야생의 곰이 결코 사람에게 얌전할 수 없다.

‘호환(虎患)’이 나라를 위협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지만 자칫 잘못 관리하면 ‘웅환(熊患)’이 새로운 공포가 될지 모를 일이다. 감성적 보호 논리나 단편적 관리 정책으로는 안 된다. 지리산 방사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수용력에 대한 과학적 기준, 개체 조절의 사회적 합의, 위험지역 통제 체계, 교육·경보 시스템까지 종합적 계획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일본 아키타현의 곰 퇴치를 위한 자위대 파견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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