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나는 부고는 얼마나 호소력 짙은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받을 첫 조문
의 설렘, 그는 분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겠지만 금세 제복 차려입은
조문객의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복도는 부산해지리라 살아서 찍지 못한 영정은
비로소 찍으리라 플래시가 터질 때를 위해 미래 감은 눈은 얼마나 지혜로운가
기독채널에 맞춰놓은 텔레비전에선 끊임없이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최후의 순
간까지 납세의 의무 다했을 자동이체의 흔적이 내 유언을 대신하리라 알맞게
문드러졌을 살갗마다 들끓는 구더기로 염습 끝내고 콘크리트로 짠 아파트관
속에 누워 독야청청 한 그루 오동나무를 생각하리라
[감상] 보건복지부에서 고독사를 예방하고, 적절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경찰청 형사사법 정보와 사회보장 급여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에 3,661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의 법적 정의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에서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것’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주목할 것은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다. 고독사가 아니라 고립사라고 해야 옳은 것이다. 지난주 방영된 <추적 60분-한국인의 고독사 10년의 기록 2부, 고립 사회>를 보니 모골이 송연했다. ‘이웃 공포증’이라는 말도 참담했다. 가까운 시기에 AI가 펼칠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만들고 ‘외로움에 대해 말하자’로 고독을 공론화한 영국처럼 한국도 사회적 고립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