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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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미국의 거울’이라 불린다. 금융과 문화가 집약된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도시다. 그 뉴욕에서 우간다 출신 무슬림 이민 2세,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가 시장에 4일(현지시각) 당선됐다. 이는 미국 정치의 균열선들이 한 지점에서 겹쳐 만들어낸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다.

맘다니는 부유층의 도시가 된 뉴욕에서 “집은 권리”라고 외쳐온 정치인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시장경제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거주·교통·의료·교육 같은 기본 생존 조건을 시장의 논리에서 해방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뉴욕 시민 다수가 매일 체감하던 현실적 고통, 즉 월세 폭등과 생활비 압박, 계층 이동의 단절을 정치의 핵심 아젠다로 끌어올린 것이다. 맘다니의 당선은 이 같은 문제의식이 더 이상 주변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수 뉴욕 시민들의 요구임을 뜻한다.

또한 그의 당선은 미국 공공영역에서의 ‘무슬림의 지위’를 새로 정립하는 사건이다. 미국은 9·11 이후 수십 년간 무슬림을 감시·경계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무슬림에 대한 공항에서의 보안 턴, 경찰의 감시 프로그램, 일상 속 경멸적 시선들. 그런 사회에서 무슬림 시장의 탄생은 단지 대표성의 확장을 넘어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누구의 나라인가?”, “누가 이 도시를 이끌 자격을 갖는가?” 그 질문의 답은 이제 ‘태생이 아니라 공존의 의지’에 있다고 투표로 증명된 셈이다. 세대의 변화도 큰 요인이었다. 젊은 세대는 이념보다 생활, 국적보다 정체성, 경쟁보다 존엄을 중시한다. 그들은 월가의 성장보다 자신이 살 수 있는 집과 존중받는 노동을 원한다. 맘다니가 주장하는 ‘민주사회주의’는 이 요구를 언어화하는 정치적 형식이다. 맘다니는 그 상징이 됐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은 대도시의 정치 방향이 금융의 이익에서 생활의 권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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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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