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올까
첫눈이 내리면 그 사람이 올까
십일월 아침 하늘이 너무 맑아서
눈물 핑 돌아 하늘을 쳐다본다.
수척한 얼굴로 떠돌며
이 겨울에도 또 오지 않을 사람.
[감상] 시인을 두고 ‘보는 사람’, ‘듣는 사람’, ‘줍는 사람’, ‘걷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성선 시인은 “시인이란 하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성선 시인을 두고 ‘설악의 시인’, ‘별의 시인’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자연과 우주에 대한 깊은 사색을 맑고 순수한 언어로 노래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김사인 시인은 이성선 시인의 시(「다리」와 「별을 보며」) 두 편을 옮겨 적는 것만으로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칭송했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는 이성선 시인의 시를 정성껏 옮겨 적는 일 자체가 새로운 창작이라는 뜻이고 둘째는 선배 시인을 그만큼 존경한다는 뜻이다. 올해는 꼭 설악산에 가봐야지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벌써 입동(立冬)이다. “잎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올까/ 첫눈이 내리면 그 사람이 올까”를 소리 내어 읽다가 낚싯바늘을 삼킨 물고기처럼 몸부림을 친다. 그 사람도 오늘이 입동인 줄 알겠지. “꿈속의 영혼이 발자국을 남겼다면/ 그대 집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테지요.” 옥봉의 시처럼 소울메이트였던 서로가 영혼으로만 외로이 곁을 떠돌고 있으리.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