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영남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장
▲ 박종국 영남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장

음수사원 굴정지인 (飮水思源 掘井之人)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에게 감사한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얻거나 혜택을 받을 때 그 근원이나 출처를 잊지 않고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의미를 가진 고사성어이다.

선비족인 탁발부(拓跋部)에 의해 세워진 중국 역사 속의 한 나라인 북위(北魏)는 중국 북부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북위는 한족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중국화 과정을 겪었다. 이후 북위는 내분으로 동위와 서위로 분열하게 되는데 이때 중국 서북부를 중심으로 세워진 나라가 서위이다. 이후 서위는 북주(北周)라는 나라로 이어지게 된다.

서위에서 중요한 대관(大官)이라는 관직을 오랜 기간 역임한 유신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유신은 명문가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다. 서위의 왕은 글재주가 뛰어나고 명망이 높은 유신에게 대관으로 예우하여 28년 동안이나 머무르게 했다. 이후 그는 서위의 중요한 정치가로서, 국가의 체제 정비와 법률 확립에 기여했으며, 행정과 군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여러 전투에서 중요한 승리를 이끌어 서위의 영토를 확장하고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평생을 서위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고향을 잊은 적이 없었다. 이때의 비통한 심경을 유자산문집(庾子山文集)에 남겼는데, 그 가운데 징조곡(徵調曲)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落其實者思其樹 飮其流者懷其源(낙기실자사기수 음기류자회기원), 즉 과일을 먹을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한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음수사원(飮水思源)이다.

오늘날 음수사원은 사회 전 분야에서 곱씹어져야 하는 고사성어일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을 때, 자신을 가르쳐 준 선생님과 교육 환경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기업에서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혜택이나 보상에 대해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노고와 지원을 잊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가정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받은 도움이나 지지에 대해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의 배려와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이다.

국가경영에서는 더욱 중요한 화두로 작용한다.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전 세계 유일한 나라이다. 오늘날 우리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을 때,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노력을 잊지 않고 감사해야 하고, 이 나라의 반석을 다진 국가지도자들의 희생과 노력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업적을 기리며, 지속적으로 기념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핖자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의 교정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넓고 아름답다. 가을이면 인근지역은 물론이고 멀리에서도 학교를 구경하기 위한 방문객들이 모여든다. 이번 가을에 이 글을 읽는 독자분께서 혹시 저희 대학을 방문하게 되면 그저 아름다운 학교 교정에만 눈길을 주지 마시고 대학 본관 앞뜰에 정중하게 준비되어 있는 기부자들을 위한 공원을 방문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그리고 그 공원 입구를 지키기 위해 자리잡고 있는 큰 대리석 안에 세겨진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글귀도 되세겨 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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