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태 구룡포사랑모임 사무총장
▲ 조이태 구룡포사랑모임 사무총장

겨울이 다가오면 구룡포의 골목은 바다 냄새로 가득하다. 덕장마다 매달린 꽁치들이 밤바다 해풍에 흔들리며 말라가는 풍경은 장관이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세월이 바람을 통해 말을 거는 듯한 장면이다. 과메기는 단순한 겨울 별미가 아니라 동해의 바람과 계절, 그리고 어촌 공동체의 지혜가 스며 있는 구룡포의 상징이다. 한 마리의 생선이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깊은 맛으로 태어나는 그 과정은 세대를 거쳐 이어온 이 마을의 삶과 닮아 있다.

구룡포에는 오래된 전설이 있다. 신라 진흥왕 시절, 사라리 앞바다에서 열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려 했으나 벼락에 맞은 한 마리는 바다로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바다를 ‘아홉 마리 용이 오른 포구’, 구룡포(九龍浦)라 불렀다. 하늘에 오르지 못한 용은 겨울바람 속에서 몸을 말리며 과메기가 되었고, 시인 양광모는 시「구룡포 과메기」에서 “하늘에 오르지 못한 용 한 마리가 겨울바람에 몸을 말리며 과메기가 되었다”고 노래했다. 과메기에는 전설과 사람, 세월이 엉겨 구룡포의 혼(魂)이 배어 있다.

하늘로 오른 아홉 마리 용은 별이 되어 구룡포의 골목을 비춘다. 그 별빛 아래에는 50년 넘게 한결같은 손맛을 이어온 ‘구룡포 9대 노포(老鋪)’가 있다. 1934년 문을 연 하남성반점(舊 동화루)을 비롯해 까꾸네 모리국수, 제일국수공장, 철규분식, 함흥식당, 할매전복집, 모모식당, 할매국수, 백설분식 등은 세월을 견디며 구룡포의 맛과 사람, 그리고 기억을 지켜왔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바다와 세월이 함께 만든 작은 박물관이다.

이달 11월 15일부터 16일까지 구룡포 아라광장에서 ‘포항 구룡포 과메기축제’가 열린다. ‘바다와 바람이 키운 자연의 맛’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과메기의 원조 고장 구룡포가 선사하는 가을 최고의 미식 잔치다. 개막식(15일 오후 2시)에는 가수 최수호의 무대와 과메기 시식, 특산품 판매, 시민 가요제, 전통 덕장 건조 시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이번 축제는 세대를 잇는 장인의 손맛, 바람이 익힌 구룡포의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정(情)이 함께 어우러진 ‘살아 있는 문화축제’다.

하늘의 아홉 별은 노포의 불빛을 비추고, 바다의 한 용은 과메기가 되어 구룡포의 기억을 지킨다. 전설이 맛이 되고 시가 향기가 되는 마을, 그곳이 바로 과메기의 고향 구룡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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