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주요 원인이 불길보다도 연기와 유독가스 확산에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계단실형 구조의 아파트나 다중이용시설에서는 화재 발생 시 이른바 ‘굴뚝 효과’로 인해 열기와 연기가 빠르게 상층부로 상승한다. 이때 방화구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방화문이 열려 있을 경우, 연기 확산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져 대피로 확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불길이 직접 닿지 않은 층에서도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피해의 크기는 평소의 작은 습관 하나로 달라질 수 있다. 바로 ‘방화문 닫기’다. 방화문을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하는 단순한 행동은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있어 그 어떤 첨단 장비나 대형 소방시설보다도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안전행동이라 할 수 있다.
방화문은 화재 발생 시 불길과 연기의 확산을 차단해 대피 시간을 확보해주는 핵심 안전장치다. 일정 시간 동안 화염을 견디고 연기의 이동을 늦춤으로써 사람들에게 탈출의 여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중요한 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일부 아파트 복도나 비상계단 출입구에서는 방화문이 항상 열려 있거나, 무거운 물건으로 고정된 채 방치되는 사례가 쉽게 발견된다. 자동폐쇄장치가 고장 나거나 작동하지 않는 시설도 적지 않다. 이처럼 관리 부주의가 반복되면, 불과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되어 수십 명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청송소방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화문 닫기 안전문화 운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방화문 닫기 홍보 스티커를 부착하고,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합동 소방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방화문 닫기 문화가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입주민과 시설 이용자, 그리고 관리주체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방화문 닫기 = 생명 지키기’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야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다중이용시설 운영자는 정기적으로 안내문을 게시하고, 방송이나 문자 안내 등을 통해 방화문의 기능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도어클로저와 자동폐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이 고정되거나 훼손되어 닫히지 않는 상태가 아닌지 확인하는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시설 관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도 방화문 앞에 물건을 두지 않거나 임의로 고정시키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안전은 결국 습관에서 비롯된다. 평소의 작은 실천이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청송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곧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힘이 된다. 화재는 예외 없이 찾아오지만, 피해는 우리의 준비와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방화문을 닫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 곧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방화문을 닫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