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국적 아우른 2025 구미라면축제, 역대 최대 인파로 성황
475m 라면거리·6억 매출·스마트 운영까지…도심형 K-푸드 축제 새 모델 제시
올가을 구미는 ‘K-라면의 성지’로 다시 한 번 끓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구미역과 문화로 일원에서 열린 ‘2025 구미라면축제’는 세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인파로 도심을 가득 채웠다. 50~60세대에는 책보따리를 메고 학교 가던 시절의 향수가, 젊은 세대에게는 투명 백팩 속 라면 패키지의 감각적인 즐거움이 남았다. 특히 누적 방문객 35만 명이 몰리며 구미시 축제 역사상 최대 인파 기록을 세웠고, 도심 한복판이 말 그대로 ‘라면의 도시’로 변했다. 사흘간 이어진 구미라면축제는 세대와 세대를, 시민과 관광객을, 그리고 지역과 세계를 하나로 잇는 ‘K-푸드 시민축제’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세대와 지역을 잇는 ‘후루룩’의 공감
“기차역에 내리니 바로 라면 냄새가 퍼졌어요. 축제장이 역 앞이라 아이랑 오기 너무 편했어요.” 대전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김모(40대)씨는 손에 라면 세트를 든 채 활짝 웃었다. 그는 “라면 종류도 다양하고, 동선이 잘 짜여 있어 구경하기 좋았다”며 “집에 가서도 오늘 먹은 라면 이야기를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20대 청년 두 명은 “SNS에서 보고 구미까지 왔어요. 여행 오듯 즐기다 갑니다. 내년에도 꼭 오려고요.” 그들의 손에는 ‘투명 라면 백팩’이 들려 있었다. 대구에서 함께 올라온 60대 소꼽친구 셋은 조리 부스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우리 어릴 땐 책보 메고 학교 갔잖아. 그런데 이 라면 가방, 꼭 그때 책보 같아.” 한참을 바라보던 그들은 “라면 기다리면서 옆 부스도 구경하고, 진짜 옛날 같다”며 연신 셀카를 찍었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는 얼굴엔 세월을 잠시 잊은 소녀 같은 미소가 번졌다. 행사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미국에서 온 가족 관광객들도 축제장을 찾아 라면을 맛있게 즐기며 흡족해했다. 또 대구에서 반려견과 함께 찾은 한 관광객은 “원래는 월드컵경기장에 산책 가려다 급히 구미로 왔다”며 “복합스포츠센터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탔는데 너무 편리했다. 금리단길도 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면 진짜 축제답다. 구미가 확 달라졌다”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 전국 최장 475m 라면 레스토랑… 매출 2억 돌파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레스토랑’은 올해도 구미라면축제의 상징이었다. 구미역 맞은편에서 문화로 중심까지 이어진 475m 구간에 총 23개 조리 부스가 줄지어 서며, 뜨거운 국물 향이 도심을 가득 채웠다. 각 부스마다 끓는 냄비와 젓가락 소리가 쉼 없이 이어졌고, 관람객들은 “라면 한 그릇으로도 여행이 된다”며 카메라를 들고 인증샷을 남겼다. 첫날 하루 매출만 1억 2000만 원, 누적 5만 4000그릇에 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축제 열기를 입증했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오늘 아침’ 갓 튀겨낸 신라면·툼바·신라면 블랙·짜파게티·안성탕면 등 5종 세트는 투명 비닐 백팩 형태의 한정 패키지로 선보여 관람객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 판매된 라면만 48만여 개에 달하며, 도심을 가득 메운 라면 열풍을 실감케 했다. 뜨거운 국물의 김이 피어오르는 거리마다 웃음이 퍼졌고, 한 손엔 젓가락, 한 손엔 카메라를 든 시민과 관광객들은 라면 한 그릇의 온기로 가을의 구미를 즐겼다. 도심 곳곳이 라면 향으로 물들며, ‘K-라면의 성지 구미’는 이름 그대로 다시 한 번 끓어올랐다
△ 안전·편의·상생 3박자 운영
올해 축제는‘오리지널(ORIGINAL)’을 주제로, 운영 전반에 한층 세심한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라면 조리대마다 소화기와 응급용 용수를 비치하고, 조리 라인 주변 동선을 넓혀 관람객 이동이 한결 원활해졌다. 또 ‘후루룩존’을 확장해 시민들이 편안히 앉아 라면을 즐기며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주문은 QR코드와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돼 긴 대기줄이 사라졌고, 조리 완료 시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받는 스마트 통보 시스템이 도입돼 회전율과 만족도가 모두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편, 구미밀가루로 만든 빵과 라면땅, 지역 수제맥주는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구미 농산물과 로컬 브랜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2025 구미라면축제는 안전·편의·상생의 세 박자를 고루 갖춘 도심형 K-푸드 축제의 표준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 “라면 한 그릇이 지역경제를 살렸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라면 한 그릇을 매개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웃고 즐기는 축제가 됐다”며 “도시 브랜드 평판 1위를 이끈 축제인 만큼, 구미가 도심형 관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역시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 지역 상권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소상공인들이 ‘13월의 보너스’라 부를 만큼 활기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올해 2025 구미라면축제는 단순한 음식 축제를 넘어, 세대의 감성과 도시의 활력을 함께 끓여낸 ‘시민 축제의 교본’으로 기록됐다. 책보를 메던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라면 백팩 여행’의 설렘을 남긴 이번 축제를 통해 ‘라면의 도시 구미’는 올가을, 가장 따뜻한 국물 향기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