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끝나고 오랫동안 억눌렸던 민족의 영혼이 목소리를 낼 때가 온다.” 뉴욕 시장에 당선된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는 승리 연설에서 인도 초대 총리 네루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의 뿌리를 잊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그는 우간다와 인도의 합성어인 ‘우긴디아(Ugindia)’라 적힌 모자를 즐겨 쓰고 다녔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인도 부모를 둔 이민자 혈통. 그에겐 단순히 다문화의 혼합이 아니라 자부심의 표식이었다.
미국에서 인도계의 약진은 더 이상 이례적 성공 사례가 아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순다르 피차이(53),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58), IBM 아르빈드 크리슈나(63), 어도비 샨터누 너라연(62) 등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 기업의 CEO 상당수가 인도계다. 또한 하원의 회의장에서도,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실에서도 인도계 이름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미국 인구의 1.6%에 불과한 인도계가 정치·경제·학계의 핵심 무대로 진입한 속도는 유대계의 오랜 축적을 한 세대 만에 압축한 듯하다. 이들의 힘의 근원으로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그 중 눈길을 끄는 단어가 있다. ‘주가드(Jugaad)’다. 매뉴얼과 정답에 얽매이지 않고 닥친 상황에서 길을 만들어내는 생존적 창의력을 뜻한다. 자원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문제를 융통성 있게 해결해 온 생활의 지혜가 그대로 지도자의 정신이 된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만든다’는 도전정신이다.
주가드는 그저 기발한 임기응변이 아니다. 치열한 교육 경쟁과 영어 기반의 세계 소통 능력, 다종교·다언어 사회에서 생겨난 타자 이해의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자로서 겹겹의 편견을 돌파해 온 생존의 기억이 그 토양이다. 미국에서 인도계는 이미 단순 성공 집단이 아니다. 서로 끌어주는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는 ‘정치적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