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전략은 정부와 기업은 물론 도시나 대학의 미래를 좌우한다. 전략기획이란 환경의 동향과 내부의 역량을 결합한 SWOT으로 중장기 전략과 연도별 목표를 설정하는 계획의 준비과정이다. 계획과 결부된 집행과 평가도 행정과정의 3대 요소지만 계획의 성패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계획의 완결성을 증진하려면 전략과 전술의 하모니처럼 중장기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간의 연계가 필요하다.
부족국가의 결정은 무당과 점술이 주도했다. 산수가 절경인 성스러운 장소에서 기도하다 영감을 받거나 천체의 운행과 거북등 점치기로 미래를 예측한다. 고대국가의 책사는 전략적 지혜와 뛰어난 참모를 지칭하는 장자방의 기원인 한나라 장량이 독보적이다. 장량은 BC 202년 초패왕 항우를 제압한 한고조 유방이 토사구팽을 준비하자 제후 자리를 고수한 한신과 달리 장가계 황석채로 은신하는 판단력을 발휘했다. 지덕체를 겸비한 삼국지의 책사는 위의 순욱과 사마의, 촉의 방통과 제갈량, 오의 주유와 육손이 유명하다.
정책학은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탐구해 패권의 향방을 예측했다. 서양사의 격변기에 강자의 책략과 약자의 대응은 새로운 질서를 창출했다. 제국주의나 냉전시대는 힘의 논리가 부상한 때이다. 푸틴의 러시아와 트럼프의 미국은 현대판 수탈자다.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일본 참정당도 비슷한 목표를 공유한다.
1940년대 중반 한반도의 운명을 논의한 카이로와 얄타 및 포츠담 회담도 치열한 결정의 무대였다. 원자폭단 투하로 일본의 패망이 다가오자 미·소는 한반도 쟁탈전에 착수했다. 양국은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임시경계선으로 3·8선을 그었다. 신탁통치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고착된 휴전선을 타파하는 통일 과업은 우리가 추구할 목표다.
일상의 결정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휴리스틱은 절차와 계산을 준수하는 알고리즘보다 신속하고 편하지만 고착과 편의라는 오류를 유발한다. 결정의 피로란 반복적 결정상황에서 판단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옳은 말도 반복해 들으면 싫증을 낸다. 오전에는 냉철하나 오후에는 체력 저하나 흥미 상실로 문제가 발생한다. 과음한 후에도 집중력 저하로 오류가 빈발한다.
쿠바미사일위기에 대응한 미국의 정책결정은 개인, 조직, 정치라는 3가지 차원이 중층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간파한 엘리슨은 개인의 합리성과 조직의 항상성에 의존한 기존 정책모형의 한계를 간파했다. 제3의 변수인 치열한 관료정치 구도가 결정의 정수라는 것이다.
냉전시절 소련은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자 쿠바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첩보를 입수한 케네디 정부는 안보위기의 해결대안으로 전면적인 상륙작전, 핵심시설 정밀타격, 소련선단 해상봉쇄, 외교적인 타결유도 등을 마련했다. 각 대안은 개별적 합리성과 더불어 육군부, 공군부, 해군부, 국무부 등 조직의 관성적 선호를 대변한다. 최종적으로 미국 정부가 채택한 해상봉쇄 대안은 개인기와 조직력보다 경쟁상대를 압도하는 관료정치의 유용성을 반영한다.
정부의 결정도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나 예산 짬짜미 로그롤링처럼 담합의 산물이다. 소선거구제와 사전투표제를 반영한 총선 결과가 별로라고 선거관리를 탓해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계층과 세대를 대표하지 못하는 국회의 다수결도 갈등을 증폭시킨다. 우리는 역대 정부가 연출한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에 현혹되어 진영논리에 휩쓸리는 실수를 범했다. 조속히 아시아 최고의 민주국가라는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 인플루언서의 선동을 피하는 올바른 결정과 경청의 지혜도 절실하다.
